"집값 오를 때 노 저어라"…강남 핵심지까지 불어닥친 리모델링 열풍

입력 2021-09-0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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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아파트 밀집한 청담ㆍ대치동 등서 리모델링 추진 잇따라
넉 달새 3억원 껑충…소규모 단지 '시세 띄우기' 악용 우려도

수도권과 서울 외곽에서 불던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서울 강남 핵심지역에도 불어닥쳤다. 강남권은 ‘재건축 메카’로 불릴 정도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규제 강화로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은데다 집값 상승기를 맞아 리모델링을 재료로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려는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강남4구서 잇달아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단지는 올해 1분기 기준 51곳에 달한다. 눈에 띄는 점은 강남4구(강남·송파·서초·강동구) 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권에선 최근 리모델링 사업 ‘첫 관문’인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 곳이 부쩍 늘었다. 서초구에선 지난달에만 잠원동 신화아파트와 동아아파트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잠원동 신화아파트는 지난달 22일 조합설립 인가를 득했다. 이 단지는 1997년 준공한 신화아파트는 166가구, 2002년 지어진 동아아파트는 991가구로 이뤄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청담동과 대치동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담동 신동아아파트는 지난달 21일 리모델링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 단지는 1997년 지어진 106가구 규모 ‘나홀로 아파트’다. 대치동 현대1차 아파트는 6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수도권과 서울 외곽에서 불던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서울 강남 핵심지역에도 불어닥쳤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과 서울 외곽에서 불던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서울 강남 핵심지역에도 불어닥쳤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강남구 일원동 푸른마을아파트는 6월부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꾸려 주민 동의율 확보에 나섰다. 강남구 내 리모델링 최대어로 꼽히는 개포동 대치2단지는 이미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강동구에선 고덕동 배재현대아파트가 이달부터 리모델링 조합설립 동의서 접수에 나선다. 인근 고덕동 아남아파트와 둔촌동 현대1차아파트는 각각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다.

리모델링 추진만 해도 호가 '쑥'…“재건축보단 시세 차익 크지 않아 잘 따져봐야”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그동안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서울 외곽지역에서 주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영향도 있지만 집값 상승기에 리모델링을 재료 삼아 집값을 띄우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거 환경도 개선하면서 부동산 상승기에 편승해 집값도 끌어올릴 의도로 리모델링 카드를 꺼내든 단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권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대부분 리모델링 진행 시 수익성이 크지 않은 소규모 단지다. 가구 수가 적은 단지는 집값 상승 폭도 대단지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 시세는 훌쩍 뛴다. 강남구 대치동 현대1차 전용면적 84㎡형은 현재 시세는 최고 22억 원선이다. 같은 평형이 조합설립인가 전인 지난 4월 19억 원에 거래됐다과 비교하면 4개월 새 3억 원이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전용 84㎡형은 조합설립 전인 7월 24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금은 27억 원을 호가한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에 나설 때 리모델링 단지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모델링은 증축과 수선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리모델링 추진 가능 연한은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의 절반 수준이다. 사업 절차도 재건축보다 간단하다. 재건축과 달리 법적 용적률 초과도 허용되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도 적용받지 않는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리모델링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적용받지 않고 사업 소요 기간도 평균 6년으로 재건축보다 3~4년 짧지만 새로 짓는 재건축보다는 시세 상승폭이 작은 만큼 미래가치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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