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접어들며 올해 수입차 ‘1만 대 클럽’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만 대 클럽은 한 해 동안 국내 시장에 1만 대 이상을 판매한 수입차 제조사를 뜻한다. 지프와 렉서스가 재진입에 성공하고, 포르쉐는 사상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판매량 1만 대는 내수 시장 15% 안팎을 놓고 경쟁하는 수입차 업계에 의미가 큰 지표다. 브랜드 영향력은 물론이고 사업의 안전성까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넘긴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쉐보레 △미니 등 7개다. 쉐보레가 처음으로 1만 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렉서스와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는 전년과 달리 불매운동 여파로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는 전체 수입차 시장이 확대된 만큼, 1만 대 클럽에 가입하는 브랜드도 최대 9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판매량 1만 대 고지를 넘어선 브랜드도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5만5987대를, BMW는 4만7497대를 팔아 일찍이 1만 대 클럽에 입성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각각 1만4771대, 1만998대를 판매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2019년 처음으로 1만 대 클럽에 가입한 볼보와 미니는 올해에도 3년 연속 기록 달성에 성공할 예정이다. 볼보와 미니는 지난달까지 각각 9934대, 8013대를 판매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볼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B6 엔진을 얹은 제품군을, 미니는 ‘뉴 MINI 패밀리(3도어ㆍ5도어ㆍ컨버터블)’와 온라인 한정판을 내세워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았다.
지프와 렉서스는 1만 대 클럽 재진입에 성공하고, 포르쉐는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지프는 SUV 열풍에 힘입어 올해 3월에만 1557대를 팔며 역대 최대 월 판매실적을 거뒀다. 이후 7월까지 5개월 연속 월 1000대가 넘는 차를 팔았다.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358대로, 현재 추세를 유지하면 연말까지 1만1000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프는 2019년 한국시장 진출 후 처음으로 1만 대 클럽에 가입했지만, 지난해에는 기록 유지에 실패했다.
렉서스는 올해 들어 6828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회복세를 보였다. 불매 운동 여파가 전년보다 사그라들었고, 하이브리드 중심의 신차를 대거 선보이며 인기를 되찾고 있다. 연말까지 수요가 유지되면 렉서스도 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 1만 대 고지를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급속한 성장을 거듭한 포르쉐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포르쉐는 8월까지 6721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했다. 물량 확보가 원활히 이뤄져 연간 1만 대 판매가 현실화하면 프리미엄 고성능 브랜드가 1만 대 클럽에 가입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포르쉐는 지난해 국내에서 7779대를 판매해 세계 시장 5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수입차 업계의 호실적은 연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까지 KAIDA 회원사 기준 전체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19만4262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로, 업계에서는 올해 수입차 시장이 연간 30만대 규모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급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수입차 제조사의 공급망도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라며 “업계가 다양한 친환경차 제품군까지 추가하고 있어 올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은 30만대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