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미술 tip] "'꼬라지' 어때요?" 강예신 '레드룸'엔 소녀 있다

입력 2021-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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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신 'Oh god! Where are you'(2021). (사진=아뜰리에 아키)
▲강예신 'Oh god! Where are you'(2021). (사진=아뜰리에 아키)
작가 강예신이 빨간 방으로 초대했다. 심드렁하면서 악동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가 그 안에 있다. 마치 작가의 내면에 있는 빨간 말을 대신 해줄 것만 같은 존재다. 짝다리를 짚은 채 눈을 뾰족하게 뜬 아이. 이름은 없다.

최근 서울 성동구 아뜰리에 아키에서 강예신을 만났다. "성은 '꼬' 이름은 '라지', '꼬라지' 어때요?"

이 유니크한 개체의 등장은 강예신의 변화를 의미한다. 작가가 경험하는 환경과 관심사가 변화하는 만큼 작품에 등장하는 모티브도 달라졌다. 그간 작가가 보여줬던 서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캐릭터와 완전히 다르다. 그림도, 내용도 직설적이다.

"할 말 다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필터 없이 내뱉는 아이가 필요했어요. 빨간 방에 가면 속에 있는 것까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예신의 개인전 'GREENLY : 경험하지 못한 경험에 관하여'는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책장 시리즈부터 처음 공개되는 '레드룸' 시리즈까지 강예신의 확장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페인팅과 드로잉 20여 점으로 구성됐다.

▲강예신 '동주_그 밤 내내 그와 함께 걸었어'(2021). (사진=아뜰리에 아키)
▲강예신 '동주_그 밤 내내 그와 함께 걸었어'(2021). (사진=아뜰리에 아키)

작가는 '숲'을 현실에서 비롯된 심리적 동요와 복합한 심정을 비우고, 평정과 치유를 경험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화면 위에 드러내고 있다.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원초적 의지로부터 발현돼 몽환적인 세계를 재현한 듯한 공간은 친근하고 익숙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낯선 화면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모든 작업에 이야기가 기반이 돼요. 관통하는 게 있어요. 처음엔 기본적으로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요. 그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할 때 토끼가 필요했어요."

'동주_그 밤 내내 그와 함께 걸었어', 'Into the Green_아이보리의 수상한 외출',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등 신작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또 화면 속에 종종 등장하는 곰, 양 등 평범하고 익숙한 동물 형상의 캐릭터는 작품 세부에 드러나는 섬세한 표현과 작가 특유의 은유적 화법을 통해 관객에게 따스한 감성을 전달한다.

▲강예신 '사월의 밤'(2021). (사진=아뜰리에 아키)
▲강예신 '사월의 밤'(2021). (사진=아뜰리에 아키)

또 눈길을 끄는 작품은 '사월의 달'이다. 커다랗고 붉은 달에 시선을 빼앗긴다. "달마다 달의 이름이 있어요. 4월에 핑크 잔디꽃이 핀대요. 그래서 4월의 달을 '핑크문'이라고 불러요. 환상의 달인 거죠."

강예신은 홍콩, 런던, 마이애미 등의 주요 해외 아트페어에서 매회 빠른 매진을 기록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아뜰리에 아키 관계자는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독자적인 작품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홍콩 등 국제무대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일까지 아뜰리에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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