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정점 아직 안 왔다”…K진단키트 몸집 불리기는 진행 중

입력 2021-09-04 15:00 수정 2021-09-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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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받던 진단 장비 업체가 올해도 계속 몸집을 불린다.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으로 진단 장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지만, 확산세 높은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해 진단을 통해 확진자를 가려내고, 변이의 이력을 파악해 그에 맞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연 매출 1000억 미만에서 조(兆) 단위 기업으로 몸집 불려

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로 ‘1조 클럽’에 가입한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은 올해도 가뿐히 1조 클럽을 유지할 전망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평가(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씨젠은 올해 전년보다 소폭 성장한 1조 244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씨젠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만 해도 매출이 1220억 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무려 822% 성장한 1조 1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도 매출의 절반을 넘긴 6555억 원을 기록했다.

씨젠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와 분자진단 장비 가격을 낮춘 정책 덕에 하반기에도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씨젠 측 관계자는 “각종 변이 진단이 가능한 멀티플렉스 기술과 함께 상반기 시행한 전략적인 가격 정책 효과로 3분기 이후 진단 장비 부문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2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진단키트 가격 인하로 매출은 1분기보다 줄었지만 절대적인 수출량이 늘었다. 특히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 국가의 수출량이 전분기 대비 30%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씨젠은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앞서 글로벌 바이오 진단 장비 기업 바이오라드(Bio-Rad)와 분자진단 시약과 장비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처(FDA) 공동 승인 및 유통 계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씨젠 측은 “위드 코로나 움직임이 있는 미국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제품의 경쟁력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항원 진단 장비 전문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23배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2019년만 해도 730억 원에 불과하던 연 매출이 코로나19 확산세로 1조 6862억 원으로 대폭 성장한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 9595억 원의 매출을 올려 벌써 지난해 전체 매출액을 16%를 웃돌았다. 에프엔가이드 평가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 매출이 전년 대비 2배이상(108%) 성장한 3조 305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신속항원진단 장비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 중인데 이 제품은 올 상반기에만 1조 799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하반기에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자가진단 장비와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 관계자는 “기존 유럽과 인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했는데 상반기에는 아시아 쪽 성장이 두드러졌다. 하반기에도 아시아 쪽 공공 입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멕시코 등 해외 입찰을 진행 중이며 이 외에 미국과 뉴질랜드 등 신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마시스와 랩지노믹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세 자릿수 증가했다. 휴마시스의 지난해 연 매출은 전년 대비 402% 성장한 457억 원, 랩지노믹스는 260% 성장한 1195억 원의 연 매출을 올렸다. 휴마시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465억 원으로 지난해 한 해 매출을 넘어섰고, 랩지노믹스 역시 상반기에만 87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 성과 이어가는 K진단키트

올해 상반기 의료기기 수출액은 30억4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성장했다. 의료기기 품목 가운데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은 진단용 시약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8.4% 성장한 4억 8000달러의 수출 실적을 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이달 2일까지 수출용 허가를 받은 진단 장비는 116개사 360개 제품으로, 이 가운데 분자진단(PCR) 제품은 150개, 항원진단은 106개, 항체진단은 104개였다.

수출용 허가를 받은 국내 진단 장비는 해외에서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는 등 하반기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휴마시스는 지난 7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해 총 45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원진단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고, 수젠텍은 7월과 8월 베트남에 코로나19 항원진단 장비 공급 계약을 각각 183억 원, 54억 원 규모로 맺었는데 이달에도 48억 규모의 진단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피에이치씨는 7월 말레이시아에 약 143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원 진단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의 대규모 해외 공급 계약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진단 장비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단 장비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저가형 제품이 많이 나오고 중국 등 일부 시장에서 가격이 하향할 가능성은 있지만, 정부나 국제기구를 통한 입찰로 제품 공급자를 선택할 땐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어디서 어떤 인증을 받았는지 성능을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라 성능 고도화로 경쟁력과 차별화 전략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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