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임 시절, 야당에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이 대선정국을 강타했다.
여권은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마저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 전 총장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4일 윤 전 총장 대선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를 향해 “고발 사주ㆍ가족 정보수집 지시 증거를 지금 즉시 밝히기 바란다”며 “밝히지 못한다면 언론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짓을 저지른 매체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이 재임했던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ㆍ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의 이름을 넣은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손 검사가 근무했던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 장모 최모 씨 등의 사건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까지 추가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은 보복 인사로 현 정부에 불리한 사건은 아예 수사 진행을 못 했다”면서 “야당이 고발하면 더 안 할 사건을 사주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송영길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묵과할 수 없는 희대의 국기문란이자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SNS를 통해 “필요하면 국정조사와 공수처 수사도 촉구해야 한다”며 “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모든 민주개혁진영이 공동 대응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모든 의혹의 당사자들을 출석시켜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며 법사위 소집을 예고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황당무계한 가짜뉴스이자, 범여권의 정치 자작극”이라며 국회 법사위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작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신중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관훈토론에서 “후보의 개입이 있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당무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역시 잇따라 윤 전 총장을 향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 진위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선 주자 가운데 하나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고발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도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에 비유한 윤 전 총장을 향해 “그러지 마시고 부인 주가조작 사건 대비나 잘하시고, 본인 청부 고발 의혹 사건이나 잘 대비하라”며 “곧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의 이동진 기자는 전날 KBS 라디오를 통해 "제보자가 국민의힘 관련 인사"라고 밝혔다.
그는 "제보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종 세력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취재원은 지금 밝힐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며 “(취재원은)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김오수 검찰총장 또는 박범계 법무부장관 측이 제보자 아니냐"는 의혹은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