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갈등, 경쟁 심화 탓에 매출과 이익률 모두 감소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점유율 하락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이 '매출액ㆍ이익률ㆍ시장점유율' 등이 모두 하락하며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6일 '최근 5년, 기업의 중국 비즈니스 동향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6년 이후 중국에 투자한 한국 법인의 경영실적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매출을 공시한 30대 대기업의 대(對)중국 매출은 지난해 117조1000억 원으로, 2016년 대비 6.9% 감소했다. 중국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해외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5.6%에서 지난해 22.1%로 3.5%p(포인트) 줄었다.
2018년부터 미국의 대중국 무역규제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한국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것이 매출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국의 지난해 대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018년 대비 29.1% 감소했다. 여기에 현지 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의 요인도 겹쳤다.
100대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 전체의 중국 법인 매출은 2013년(2502억 달러, 약 261조 원)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중국법인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5년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신규 법인 및 총인원 역시 계속 줄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아세안 10개국 신규법인 및 총인원이 꾸준히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황금알을 낳던 거대시장이 '고민거리'가 된 셈이다.
반면, 일본기업은 우리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수출입은행과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중국법인 매출은 2016년 1870억 달러(약 225조 원)에서 2019년 1475억 달러(약 171조 원)로 21.1% 감소했지만, 이 기간 일본기업의 전체 중국법인 매출은 47조6000억 엔(약 490조 원)에서 47조1000억 엔(약 502조 원)으로 1.1% 감소에 그쳤다.
이익률도 줄며 수익성도 떨어졌다. 한국 전체 중국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4.6%에서 2019년 2.1%로 2.5%p 감소했지만, 일본 전체 중국법인의 이익률은 5.5%에서 5.3%로 0.2%p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국기업의 중국법인 매출과 이익률이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을 사이에 두고 중국 현지기업과 경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한국 브랜드 승용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6년 7.7%에서 2020년(1~9월) 4.0%로 3.7%p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경쟁사의 파상 공세로 2016년 4.9% 수준이었던 국내 기업 점유율이 2019년부턴 1% 미만으로 하락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의 대중국 기술 굴기 차단 조치 등에 따라 전년 대비 23.1% 줄었다"라며 "양국 정부 간 공식ㆍ비공식 경제협의체를 활발히 가동해 기업의 당면 중국 비즈니스 애로를 해소하고, 한ㆍ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 조속 타결 등에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기업들이 문화콘텐츠, 수소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중국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