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막걸리·맥주까지…'K드링크'에 취한다

입력 2021-09-07 14:44 수정 2021-09-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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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을 보였던 K푸드의 바통을 K드링크가 이어받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건강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도 저도주 트렌드에 힘입어 과일 리큐르, 막걸리 등을 앞세운 K드링크가 주목받고 있다.

7일 한국주류산업협회,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주류 수출액은 1억 5976만 달러(한화 1849억 원)로 연간 수출액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9년(3억 3347만 달러)의 절반가량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코로나 감염증 발생 이전의 성적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류 수출액은 2억 6184만 달러로 팬데믹 이후 하늘길이 막힌 탓에 수치상으로는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2010년대 이후 연간 수출액 규모로는 역대 2~3위권에 오를 만큼 선전했다. 이에 따라 주류도 K뷰티, K푸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품목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내 '참이슬' 포스터 (하이트진로)
▲중국 내 '참이슬' 포스터 (하이트진로)

K드링크 인기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자리한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저도주이거나 알코올을 섭취하더라도 이왕이면 몸에 좋은 성분을 포함한 주류가 주목받으면서다. 제로칼로리 열풍에 알코올도수가 낮으면서도 맛이 좋은 '하드셀처' 카테고리가 글로벌 주류 품목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저도주를 개발해왔거나 약주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주종이 수혜를 입은 셈이다.

일찌감치 과일 리큐르 등 현지를 겨냥해 저도주를 개발해온 하이트진로가 K드링크 열풍에 빠르게 올라탔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소주류(참이슬 및 청포도에이슬 등 과일리큐르) ‘쩐루(眞露)’의 중국 수출량이 100만 상자(상자당 30병 기준)를 넘어섰다고 이날 밝혔다. 1년 동안 팔아치운 수량이 100만 상자를 넘어선 것은 1994년 일본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중국 시장에서만 하이트진로의 소주류 판매 연평균 성장률은 41%다. 지난해에도 87만8000상자가 팔려나가며 전년 대비 56%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성장 비결은 저도수 스펙을 앞세운 현지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포한 이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왔다. 전 세계 약 80개국을 대상으로 소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국내 정통 소주보다 상대적으로 도수를 낮춘 평균 13도의 '과일 리큐르'가 전략의 핵심이다. 과일향을 첨가해 맛도 좋다. 2016년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자두에이슬, 2019년에는 딸기에이슬을 출시했으며 추가 레시피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과일 리큐르의 성장률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과일 리큐르의 성장세는 지난해까지 매년 103%였으며, 소주류 가운데 과일 리큐르의 비중 역시 2017년 14%에서 올해 60%로 확대됐다. 이외에도 도수가 높은 맥주를 즐기는 중동권에는 알코올도수 7도짜리 맥주를 내놓고, 높은 도수의 술을 즐기는 베트남에는 19.9도 참이슬 클래식으로 출시하는 등 현지인 입맛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국순당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국순당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K드링크의 비주류로 꼽히던 전통주의 약진도 괄목할 만하다.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막걸리에 포함된 유산균이 해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면서다. 지난해 국순당의 수출액은 79억4500만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71억300만 원)보다 더 늘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55억7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수출액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순당의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지난해 5월 미국에 진출한 이래 약 10개 국가에 수출됐다. 올해 영국 등 유럽 국가에도 진출하며 약 20개까지 수출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산 맥주가 유럽 매대에 깔리는 종주국 역습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사 제주맥주는 최근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제주 에일 시리즈 3종의 수출을 시작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동유럽 주요 국가에 수출이 확정됐는데, 아시아 국가 이외에 유럽 판로를 개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맥주 강국으로 꼽히는 유럽 국가들을 공략해 국산 맥주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구상이다.

▲유럽에 수출하는 제주맥주 제품 3종
 (제주맥주)
▲유럽에 수출하는 제주맥주 제품 3종 (제주맥주)

2010년부터 토종 위스키를 수출해온 골든블루는 연초 미국 수출을 결정짓고 최근 주류 메인 시장인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을 예고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를 중심으로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리건, 텍사스, 워싱턴, 하와이 등 총 8개 주에 공급한 후 미국 전역으로 판매망을 넓혀갈 예정이다. 미국 수출로 골든블루의 해외 진출 국가는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8개국으로 늘어났다. 골든블루는 베트남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매출이 증가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에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찌감치 현지 전략을 펼쳐온 업체는 수혜를 보는 등 주종별로 수출 성적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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