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꽂힌 車업계, 반도체 품귀 수년 더 지속된다

입력 2021-09-07 13:25 수정 2021-09-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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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CEO "반도체 부족으로 중국 시장점유율 잃어"
포드, 2024년까지 이어질 것 예상
리튬, 플라스틱 등 다른 원자재도 공급 위기
자동차 가격 상승 불가피

▲왼쪽부터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올라 켈레니우스 다임러 CEO. 출처 각사 웹사이트
▲왼쪽부터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올라 켈레니우스 다임러 CEO. 출처 각사 웹사이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도입에 박차를 가하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최소 수년 더 지속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업체 대표들이 하나같이 우려를 내비치고 있어 자동차 가격 상승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주요 업체 대표들은 독일 뮌헨 모터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면 반도체 부족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한동안은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에 반도체를 제공하는 공급업체들은 주로 말레이시아에 밀집해 있는데, 최근 이곳이 몇 주 동안 코로나19 타격을 받으면서 공장 상당수가 폐쇄됐다. 디스 CEO는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는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해선 “반도체 부족으로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며 “중국에서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고, 이는 매우 심각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은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이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전기차 사업으로 이동하면서 반도체 부족이 악화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포드 포커스는 대략 반도체 300개가 활용되지만, 포드의 신형 전기차 중 하나는 최대 3000개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이번 주부터 F-150 픽업트럭을 포함한 일부 차종 생산을 줄이고 미국 디어본 공장과 켄터키 공장 교대근무도 줄이기로 했다. 포드는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2분기에만 70만대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CEO 역시 같은 우려를 전했다. 그는 “3분기가 혼란의 바닥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분기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4분기 회복을 희망하지만, 생산 시스템에 불확실성이 있다”며 “반도체 문제는 내년까지 이어져 그다음 해 완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차량 부품 공급사 보쉬의 해럴드 크뢰거 이사 역시 “플레이스테이션5부터 전동 칫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망이 무너진 것”이라며 “2월 텍사스 겨울 폭풍과 3월 일본 공장 화재 등이 겹치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반도체 공급망은 더는 사업 목표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반도체 이외 다른 원자재도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직면했다. 헤르만 포드 의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리튬과 플라스틱, 철강 모두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자동차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신차 평균 판매가는 7월에 4만2736달러(약 4945만 원)로 전년보다 8% 오르고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 미국 신차 판매는 공급 부족으로 약 18% 감소했다.

BMW는 이날 배터리 주문을 종전 120억 유로(약 17조 원)에서 200억 유로 이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보인다.

올리버 칩세 BMW CEO는 “이번에 주문한 배터리들은 2024년까지 생산 예정인 i4 세단과 iX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등에 사용될 것”이라며 “BMW는 내년 차세대 배터리로의 전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BMW의 늘어난 주문은 한국 삼성SDI,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 등 글로벌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에 걸쳐 있다”며 “배터리와 원자재의 충분한 확보는 기존 업계의 전기차 전환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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