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안팎으로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LG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LG화학은 특수 개발한 코팅제를 적용해 평면은 유리처럼 단단하면서도 접힘 부위는 플라스틱처럼 유연한 폴더블 IT 기기용 커버 윈도우인 ‘리얼 폴딩 윈도우(Real Folding Window)’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커버 윈도우란 IT 기기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충격에서 보호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내구성과 투과율뿐만 아니라 유연하게 접을 수 있는 굴곡 특성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
커버 윈도우 시장은 유리 기반의 UTG(Ultra Thin Glass)와 플라스틱 필름 기반의 투명폴리이미드필름(CPI) 등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UTG는 스크래치에 강하고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CPI는 부러지거나 접어다 펴도 자국이 남지 않고 경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UTG를 적용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을 갤럭시Z 시리즈에 적용하고 있다.
LG화학이 이번에 개발한 리얼 폴딩 윈도우는 유리와 플라스틱의 장점을 모두 합쳤다. 기존 폴리이미드(Polyimide) 필름이나 강화유리 형태의 소재와 달리 LG화학의 신규 코팅 기술이 적용된 커버 윈도우는 유연함을 극대화하면서도 화면 연결 부위의 고질적인 접힘 자국을 개선했다.
LG화학은 얇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PET 필름의 양면에 새로운 소재를 수십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로 코팅해 플라스틱 소재의 내열성과 기계적 물성을 보완했다. 기존 강화유리보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같은 수준의 경도를 갖췄다. 화면이 깨지는 크랙 현상도 없다.
기존의 폴리이미드 필름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우수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20만 회 이상 반복해 접어도 내구성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화면 접힘 부위에 발생하는 주름도 대폭 개선했다. 특히,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에 더해 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Out-Folding) 방식까지 모두 구현할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PET 필름은 범용이고 저렴하다. 거기에 특수 개발한 실리콘 기반 고분자 하이브리드 용액을 코팅해 유리의 성분을 가지면서도 플라스틱처럼 유연하게 만들었다”라며 “앞으로 시장의 방향성에 화두를 던지는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별도 PET 필름 없이 코팅만으로도 얇은 형태의 리얼 폴딩 윈도우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해당 제품은 얇은 두께가 필요한 폴더블폰과 롤러블 IT 기기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코팅 방식의 커버 윈도우 기술 개발 및 검증을 완료했으며, 2022년까지 양산성을 확보하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를 대비해 초격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열린 한국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IMID)에서 영하 20도에서도 3만 회 폴딩이 가능한 폴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 등에 탑재됐다.
또 ‘S’자 형태로 두 번 접는 ‘플렉스 인 & 아웃(Flex In & Out)’을 비롯해 노트북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목한 ‘플렉스 노트(Flex Note) 등도 선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증설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 장비를 투입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증설 라인이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이 현재 연 1700만 대에서 연 25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보고서를 통해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 출하 규모가 104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이 업체는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890만 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두 달 만에 이를 14% 상향 조정했다.
유비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용 커버 윈도우 시장 규모가 2억5210만 달러(약 3000억 원)에서 내년 4억2280만 달러(약 5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비리서치는 “향후 커버 윈도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느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