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조례' 서울시의회 상임위 통과…오세훈 '난감'

입력 2021-09-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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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어떠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다" 입장 고수

▲7월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 측 관계자가 전시물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7월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 측 관계자가 전시물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을 광화문 광장에 재설치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통과됐다. 시의회 110석 가운데 100석이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본의회 의결 가능성도 크다. 다만 서울시가 기억공간을 포함한 구조물 설치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시의회와 반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7일 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현찬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광화문 광장에 민주화와 안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전시관과 동상, 부속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이 조성 공사가 끝난 후 기억공간을 재설치할 수 있는 근거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9년 4월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된 뒤 설치됐다. 7월 말 광화문 광장 공사를 위해 해체했고 현재 시의회에서 관련 기록물을 임시 보관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은 공사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에 관한 사실을 광화문 광장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열린 광장이라는 취지에 따라 어떠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서성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날 의결 전 발언에서 "광화문 광장은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대한 비워진 열린 광장으로 조성 중"이라며 "전시관 등을 설치하는 것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관을 설치할 경우 향후 또 다른 형태의 건축물 설치요구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이 시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도 기억공간이 곧장 재설치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 전시관과 조형물 설치 심의ㆍ의결을 거친 뒤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정안을 근거로 무리하게 재설치를 추진하기보다는 서울시와의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억공간을 당장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아니다"며 "세월호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관한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유가족도 기억공간을 그대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와 협상으로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데다 지상 구조물 없이 표지석, 식수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퇴짜' 맞았다. 오 시장은 3일 시정질문에서 “광장 재조성 공사가 어떤 돌출된 형태의 건조물이나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는 열린 광장 형태로 설계됐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의미를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든가 기억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든가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시의회와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월호 유가족 아픔을 기리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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