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신고땐 승인’ 유예조치 언급
“원화마켓 막히면 빅4 지배력 커져”
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전날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업체 30여 곳을 대상으로 신고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소거래소에 대한 코인마켓의 유예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중소 거래소들은 신고를 채 3주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특금법상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계좌가 요구된다. 원화마켓이 아닌 코인마켓만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계좌가 요구되지 않는다. 은행과의 제휴가 어려운 중소 거래소들은 코인마켓만을 우선 운영하고, 추후 실명계좌를 확보한 후에 사업자 신고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은행과의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던 터라, 아쉬운 대로 ISMS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코인 투 코인 거래소’로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중소 거래소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에서 먼저 거래소의 현황이나 자료 제출,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내용을 요구하다가도, 논의 진전을 위해 은행을 찾아가면 문전박대하거나 입을 닫았다”며 “실명계좌를 받기 어려울 경우 코인마켓만이라도 일단 운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코인마켓으로 출발했다가 차후 원화마켓, 실명계좌를 획득하면 변경신고가 가능하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거래소들의 주장이 많았다”며 “(차후)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신고를 하면 절차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본래 신고해야 하는 내용들을 갖추고, 사업 내용을 변경하는 내용과 준비한 실명계좌 확인서를 첨부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우선 남은 기간 실명계좌 발급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코인마켓만을 운영하는 식으로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화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은 만큼, 원화 마켓을 지원하는 거래소와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빈 서강대 지능형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시장 상황을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때, 이미 실명계좌를 받고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4대 거래소의 지배력만 커질 수 있다”며 “결국 금융 거래는 신뢰가 핵심인데 기존 거래소와 후발주자의 격차가 벌어질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신고 설명회에서는 신고 서류, 트래블룰 등에 대한 현안 또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신고서 양식이나 이후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 등 관련한 사항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은행과 거래소의 막판 협의 과정에서 트래블룰을 준수할 수 있을지가 뇌관으로 여겨지는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 최근 빗썸·코인원·코빗은 트래블룰에 대비하는 가상자산 사업자 간 합작법인 CODE를 꾸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FIU 관계자는 “실명계좌는 은행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면 불수리할 수도 있다”며 “(트래블룰의) 기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