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시는 분들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가 된 비자발적 독거생들이 많다 보니 나홀로 외톨이인지 아니면 관계형 외톨이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은 관계형보다는 나홀로 외톨이가 많았고 혼자 지낸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홀로 외톨이 성향을 보였다. 지역에서도 1인 가구, 특히 나홀로 외톨이들의 고독사 예방은 물론 고독생이 아닌 행복생을 위해 돌봄활동도 하고 프로그램 참여도 권유하고, 다양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돕고자 하지만 이 제안에 선뜻 응하는 사람은 드물다.
혼자 산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무엇인가? ‘외로움’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사는 사람들 상당수는 “외로워도 혼자가 좋다”라고 말한다. 외로워도 혼자가 좋다니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나홀로 외톨이들에게 이웃과 말동무도 하고 산책도 같이 하면 심심하지도 않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도 청할 수 있어 좋지 않냐고 물으면 “혼자가 편하다, 다른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는 것이 싫다”며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한다. 몸이 불편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타인의 방문을 극구 사양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그런가 싶어 말해 보면 그도 아니란다. 이유를 물으면 아직은 혼자 지낼 만하다며 귀찮고 성가시고 신경을 써야 하니까 싫다고 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데 왜 내 눈에는 그런 속마음이 정반대로 보이는 것일까?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타인과 생각, 감정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기회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들은 독거생이 된 이후 관계 단절을 경험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혼자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로움이 만성화되어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 말로는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도 막상 만나면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 보면 사람이 그리운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옆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이웃사촌이라 하였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멀리 사는 자식보다 낫다’는 말로 이웃과 서로 의지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가족이나 친척보다는 가까이 사는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며 함께 어울려 살면 좋으련만, 이웃사촌이 익숙한 어르신들도 요즘은 세태가 변하고 세상이 각박해진 탓에 이웃과 거리를 두며 산다.
노년이 된 친구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서로가 생활동반자가 되어주는 ‘같이 삽시다’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나홀로 외톨이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삶의 형태가 출구가 아닐까 싶다.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혈연에만 의존하던 과거의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이웃과 더불어 사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