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꺼지면 ‘가계부채發 경제쇼크’ 온다

입력 2021-09-09 05:00 수정 2021-09-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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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주택 관련 가계빚 948兆
상업용 등 포함 땐 80% 달할 듯

“부동산 담보가치 떨어질 경우
금융기관 연쇄 부실로 이어져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 우려”

올 상반기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50%를 돌파했다. 충분한 담보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거시 건전성 측면에서 당장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부동산 가격 폭락 등 자산 거품이 꺼질 경우에는 가계 파산과 함께 실물경제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가계부채발(發)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가계부채의 구성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규모는 948조2533억 원으로 가계부채의 52.5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73조294억 원 대비 8.62%포인트 급증한 규모다.

기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규모는 757조14억 원으로, 가계부채의 41.92%를 차지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2분기 부동산업 대출은 전 분기 대비 70% 급증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 규모는 약 280조 원으로 집계됐다. 예보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상당액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한 이른바 ‘빚투’(빚 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종잣돈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해마다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금융과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산활동을 촉진하는 신용카드 사용이나 자동차 등 기타 내구재 소비에 기인하는 판매신용은 5.57%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내 가계부채는 충분한 담보나 미래소득 등이 부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부채(판매신용) 대신 비생산적인 자산 거래(부동산)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현재의 가계부채 구조는 부동산 자산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부동산 담보 가치 하락이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심승규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부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비생산적 자산거래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 교수는 “가계부채의 과도한 양적 팽창은 가계에 잠재적 위험이고, 정책 당국에는 정책 실행 과정에서 제약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지나치게 양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자칫 부동산 시장 전반에 충격을 가해 부동산 담보가치의 하락 등의 결과를 낳는다면, 금융기관들의 연쇄적인 부실과 경제 전반의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자산 가치 폭락이 가계를 넘어 실물 경제까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규제를 더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심 교수는 “LTV 규제는 최악의 경우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한편으로는 가계신용을 과도하게 담보가치에 연동시키는 단점이 있다”며 “각 가계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반영하는 DSR 규제로 적절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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