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모델링에 어른거리는 '재건축 규제 실패' 그림자

입력 2021-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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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뜨겁다.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소식만으로 아파트 호가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로 뛴다. 콧대 높던 업계 1·2위 건설사까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려 눈독을 들이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이 이렇게 커진 데는 정부 공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안전진단 기준을 꾸준히 강화했다. 사회적 낭비를 막는다는 게 명분이지만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게 본심인 건 모두가 안다.

같은 조건이면 낡은 아파트보다는 새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 욕구를 무작정 누르려 드니 아파트 뼈대는 남겨도 속이라도 새 아파트로 바꾸는 리모델링이 대체재로 부상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 등이 리모델링 사업도 백안시한다는 점이다. 수직증축(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과 수평증축(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덧대 옆으로 확장하는 방식), 두 가지 방식 중 사업성이 더 좋은 것은 수직증축이다. 리모델링 전보다 가구 수를 더 많이 늘릴 수 있어서다. 주택 공급에 골머리를 내는 정부로서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다.

이런 장점에도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수직증축을 하려는 곳은 거의 없다. 국토부가 내력벽(건물 하중을 받치거나 이를 분산하기 위한 벽) 철거를 허용할지 결정을 '안' 내리고 있어서다. 내력벽 철거 없이 수직증축을 하면 집이 동굴처럼 앞뒤로만 긴 기형이 된다.

국토부는 2016년 내력벽 철거 안전성을 검토할 용역을 발주했지만, 지난해에야 결과를 받았다. 연구진은 부분 철거는 안전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를 언제 발표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그해) 연말 결론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서랍 속 연구 보고서는 먼지만 쌓여가고 연말 발표하겠다는 담당자는 자리를 떠났다. 리모델링이 필요한 노후 아파트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재건축 규제가 재건축 아파트 몸값만 올려줬던 우(愚)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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