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을 반복해온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안정화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이후 배출권 가격 급등락으로 기업의 투자계획과 배출권 매매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어 왔다"며 "배출권거래제를 운용 중인 해외사례를 참고해 근본적인 가격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하면 이를 팔거나 살 수 있다.
문제는 배출권 가격변동이다. 배출권 가격은 2015년 1월 8640원으로 시작해 2020년 초 4만2500원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예비분 추가공급, 기업이 가진 잉여분의 이월 제한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흡했다.
이지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배출권거래제의 목적은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자는 데 있다"며 "배출권 가격이 예측 불가능하게 급등락하면 기업이 경제적 손익을 따져 추가적 감축 투자를 할지, 배출권을 팔거나 살지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상의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유럽연합(EU)ㆍ미국 등 주요국은 배출권 가격이나 물량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 배출권 가격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EU는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시장에 나오는 배출권 물량을 1년 할당량의 22~45%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공급물량이 4억 톤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을 추가로 공급하고, 8억3300만 톤보다 많아지면 다음 해에 기업에 할당하는 배출권을 삭감하는 식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EU의 시장 안정화 정책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이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구매 경쟁 가열에 따른 가격급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배출권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판매하는 배출권의 가격 범위를 사전에 제시하고 있다.
하한가격은 2013년 10달러(약 1만2000원)에서 시작해 매년 물가상승률, 이자율 등을 고려해 5%씩 높인다. 상한 가격은 3단계로 40달러, 45달러, 50달러 등 설정해 매년 5%씩 인상하고 있다. 시장가격이 단계별 상한 가격보다 높아지면 해당 단계의 상한 가격으로 배출권을 살 수 있다.
이를 통해 배출권 하한가격은 시장가격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상한 가격은 기업의 ‘심리적 안전장치’ 역할을 하면서 배출권 가격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대한상의 측은 평가했다.
뉴질랜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과 별도로 정부가 판매하는 배출권의 상한 가격을 사전에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상한 가격은 시장가격 안정화에 도움을 주고, 기업은 상한 가격으로 배출권 정산을 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 이행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선호하는 제도다.
대한상의는 이를 바탕으로 △배출권 공급물량 여유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 △상한 가격 옵션 제공 △이전 계획 기간의 잔여 예비분을 다음 계획 기간으로 이월해 활용하는 방안 등 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 3가지를 제안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10월께 2030 NDC가 확정되면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업의 탄소 감축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가격이 예측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장 안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