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 플랫폼이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가능성에 포위됐다. 입법과 제도권 편입 등 다양한 규제책이 제시되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할 계획이다. 관련 규제가 중소형 플랫폼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단 우려가 커지면서 스타트업계 등은 불안하다.
1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문재인 정부 내 감독당국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 단속에 속속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10일 ‘하반기 공정거래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하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진행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조사도 언급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공정위 진정·신고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세 번 접수됐다. 택시 단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초 카카오모빌리티가 승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경우 안내한 거리순이 아닌 카카오 가맹택시에 먼저 승객 호출(콜)을 몰아준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다. 올해 4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앱 호출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했다며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이 비가맹택시를 차별하고 가맹택시에 배차를 몰아줬다는 신고도 접수돼 (올해 초부터)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거래 위반 가능성을 법적 규제로 틀어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공정거래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플법은 국내외 대형 플랫폼에 의무를 부여하고 ‘갑질’을 할 경우 과징금을 물리는 등 징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 발의안을 보면 플랫폼 기업이 입점사에 불공정 행위를 할 경우 법 위반 금액의 2배(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린다.
금융당국도 빅테크·핀테크 금융 플랫폼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제도권 편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금융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계약내역을 관리하고, 계약 절차도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 ‘중개’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은 25일까지 금융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해 운영하게 했다.
정부의 단속 움직임이 거세지자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빅테크 양사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의 칼날이 빗겨간 네이버의 경우 상황을 예의 주시할 전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금소법 관련 규제에 대해 “사례 중 아직 (네이버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해당하는 서비스는 없다”며 “향후 법이나 규제를 지켜 사업을 추진하겠지만 현재로선 사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규제 논의의 중심에 선 카카오 내부에서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카카오 측은 “시장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상생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며 “관련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외부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앞서 사업을 전개하며 마련해 둔 나름의 상생 정책이 있는데다, 온플법 등 법이 더해진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상생 모색 방안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일부 사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당정의 플랫폼 관련 규제책이 일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스타트업에까지 규제 부과를 검토하는 게 아니냔 우려도 제시됐다. 10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등 플랫폼 스타트업과 이들과 갈등 중인 이익단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면서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이야 규모가 크니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겠지만 스타트업은 대응 능력이 없을 수 있다”며 “스타트업에게 ‘성장하라’는 말 대신 해외로 법인을 옮기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