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영향 사라진 미국, 중동서 손 떼나

입력 2021-09-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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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혁명 후 교역조건 개선…달러 가치 유지에도 도움
군사·외교적 관여 약화 가능성
한국 경제 악영향 우려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한 셰일유전. 퍼미안/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한 셰일유전. 퍼미안/AP뉴시스
미국의 무역이 고유가 영향을 받지 않게 되면서, 향후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한층 더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원유 수출국으로 전환된 이후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됐다. 한 국가의 원재료 수입 비용과 수출 가격의 관계를 나타내는 교역조건은 수출물가를 수입물가로 나눠 산출한다. 이 수치가 1을 넘으면 수출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국가 전체에서 무역을 통한 벌이가 커지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약 70달러 안팎으로 전년 대비 90%나 급등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교역조건은 1이 넘는다. 이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로 지금과 비슷했던 2007년 8월 미국의 교역조건이 0.96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고유가는 휘발유 등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미국의 교역조건 악화로 직결됐다.

이처럼 미국의 교역조건이 구조적 변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유 수입이 지난 10년 동안 급감했기 때문이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원유를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2011년에 미국의 석유 수입량은 하루 1144만 배럴이었으며, 당시 무역수지는 약 55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석유 관련 적자가 약 3260억 달러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반면 순수출로 돌아선 지난해 석유 관련 무역수지는 140억 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교역조건 개선은 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돈다. 과거 고유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일으켜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됐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3년 동안 유가가 2배 이상 급등했을 땐 경상 적자가 부풀어 올라 미국 달러 실효 환율이 20%가량 떨어졌다. 그리고 달러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고유가로 멍든 가계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경기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현재 달러 실효 환율은 유가가 오르고 있음에도 여전히 안정적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중동의 정세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닛케이는 “미국은 9·11테러 20년을 맞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데 이어, 원유의 족쇄에서도 풀려났다”며 “향후 중동 등 이슬람권에 대한 미국의 군사·외교적 관여가 한층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한국에 있어서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라는 평가다. 중동에서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곧 중동에서 에너지 수입을 의지해 온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이 수입한 전체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59.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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