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속 생크림도 품귀...카페·베이커리 울상

입력 2021-09-13 14:57 수정 2021-09-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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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부천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최근 생크림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씨는 "지난 여름부터 대형마트, 온라인 마트, 베이킹몰 쪽을 전부 뒤져봐도 입고 즉시 품절이다"라면서 "당장 생크림이 필요한데 공급자 측에서는 수급이 어렵다고 해서 경기도 용인에서 영업하는 지인한테 생크림을 얻었다"라고 토로했다.

동네 빵집, 커피전문점 업체 등을 중심으로 생크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 여파로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사람들이 우유 대신 크림을 먹는 등 우유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원윳값 인상으로 유가공품 가격 줄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생산비용 압박이 늘면서 생크림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마켓컬리 등 국내 주요 온ㆍ오프라인 유통사 내 생크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마트 측은 시중에서 생크림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물량확보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마켓컬리 등 온라인 장보기 앱에서도 생크림 품목은 현재 품절 표시가 뜨며 구입 불가능한 상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5월쯤부터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까 원유가 대부분 일반 생우유로 생산되고 있고, 생크림 제조용이 부족해 전체적으로 시장이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물량은 현재 확보 중이며 다음 달 초쯤 되면 안정적으로 수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생크림 품귀현상은 일종의 연례행사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젖소들이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착유량이 감소하는 탓이다. 그 여파는 원유 부족으로 인한 생크림 품귀 현상으로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3% 감소한 약 104만 톤을 기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올 한 해 전체 원유생산량은 전년 대비 2.4~2.6% 감소한 203만 톤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컬리에서 주요 유업체의 생크림이 품절 상태다. (마켓컬리 캡쳐)
▲마켓컬리에서 주요 유업체의 생크림이 품절 상태다. (마켓컬리 캡쳐)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7월 말부터 8월 중하순까지 고온 영향으로 살균유, 멸균유 등 전반적으로 원유가 부족했다. 생크림은 원유 유지방을 분리해서 만든 것이니 만큼 원유가 부족하면 생크림이 부족해진다"라면서 "지난달 말부터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원유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원유생산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2013년부터 시행하는 '원유가격연동제' 탓에 물가상승률, 생산비에 비례해 원유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낙농국과 비교해 국내 원유가격이 3~4배 더 비싼 이유다. 특히 올해는 원윳값 인상 이슈가 생크림 품귀현상을 부추길 전망이다. 앞서 낙농업계는 이달부터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했다. 생크림을 생산하는 원가부담 압박이 더 커지는 셈이다

소비 습관이 바뀐 점도 생크림 품귀현상에 한몫한다. 소비자들이 우유 대신 치즈, 크림 등 유가공 제품을 즐겨 먹으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유 소비량은 2015년 이후 165~170만 톤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전년 대비 3.3% 감소한 약 164만 톤을 기록한 반면 유제품 중 크림 소비량은 연평균 6.3%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5년 4만3000톤이었던 국내 크림 소비량은 지난해 5만9000톤을 기록하며 37% 가까이 늘었다.

유업계 한 전문가는 "근본 대책은 원유가격연동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원유가격연동제가 지속되는 한 비용 압박으로 우유업계가 더욱 유연하게 치즈, 크림 등 유제품을 생산할 동인이 없어져 해마다 이 같은 품귀현상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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