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58.8%…"1985년 이후 최저"

입력 2021-09-13 15:23 수정 2021-09-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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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효율화 차원…남미ㆍ유럽산 수입 크게 늘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비중이 3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미진한 상황에서 값비싼 원유를 대체해 남미, 유럽 등에서 수입을 늘린 영향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와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 S&P 글로벌 플래츠 등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에서 수입한 원유량은 3억2117만 배럴이었다.

전체 원유 수입량이 5억4628만 배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산이 전체의 58.8%를 차지한 셈이다.

이는 1985년 중동산 원유 비중이 57%였던 이후 약 3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정유 시장에서 중동산 원유는 높은 비중을 이어왔다. 특히, 2016년 전후로는 전체 수입량의 80%대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최근 남미, 유럽 등 제3 지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늘면서 중동산 원유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우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의 원유 수입이 늘었다. 남미산 원유는 저품질 제품이라 가공이나 활용 범위에 한계가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시설 투자 등을 통해 가공 능력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왔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맞춰 유황 비중을 대폭 낮춘 '저유황선박유'가 대표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남미에서 들여오는 저품질 원유를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보통 중유를 만드는데 다른 제품들보다 수익성이 낮았다"며 "국내 정유사들은 선제 투자로 저유황 선박유 등 고가의 청정연료를 만드는 식으로 저품질 원유의 효율성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럽산 원유의 경우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럽이 환경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석유 기업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원유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GS칼텍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 원유 인증을 획득한 스페인 에너지기업 룬딘의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 해상유전에서 생산된 탄소 중립 원유 200만 배럴을 구매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석유개발사인 룬딘은 시험ㆍ인증기관 인터텍의 '카본클리어(CarbonClear)'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 탄소 포획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감축 국제인증기준 'VCS' 인증도 받았다.

요한 스베드럽 유전의 원유는 일반 유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보다 40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정유사들이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원유는 68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250만 배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이나 다른 지역들보다 중동산 원유의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도 국내 정유사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 중 하나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까지 중동산 원유의 도입 단가는 배럴당 64.79달러로 미국산 원유가격 62.77달러보다 높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기존 도입하던 중동산 물량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미주나 다른 대륙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석유 수요가 줄고 업계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저렴한 원유를 들여오려고 하면서 중동산 원유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상황이 지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지금이야 수요가 낮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중동산 원유를 줄이는 경향이 크다"며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자연스레 중동산 원유의 비중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두바이유가 텍사스산원유(WTI)보다 다시 저렴해지면 중동산 원유로 트렌드가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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