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에 답답함 호소한 이동걸 회장…"조선·항공 기업결합심사 속도 내달라"

입력 2021-09-13 17:29 수정 2021-09-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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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

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조선·항공산업 등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책당국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조선과 항공산업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산업재편 과정인데, 우리 정책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다. 노조와 지역사회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대해서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함 심사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지양해달라고 주문했다.

◇ 항공사 기업결함심사, 당국 전향적 태도 취해달라=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항공사 간 합의는 끝났지만 기업결함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우리 경쟁 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함 심사가 길어지자,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이 회장은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글로벌적으로 우리 항공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서 "우리 경쟁당국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나아가 다른 경쟁당국도 설득하는 등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아마존이나,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고 할때 미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호한다"면서 "우리 당국은 너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읍소하겠다. 조속한 승인절차 밟아달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재편이라는 큰 시각에서 봐주고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달라는 요구다.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국내 노조와 지역사회 관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EU경쟁 당국의 기업결함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노조와 지역사회가 EU 경쟁당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이점이 오히려 기업결합 심사 승인에 악영향을 미쳐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산업 재편의 문제를 국내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며 "두 기업의 기업결합심사가 승인이 안되면 책임을 누가 지느냐 그때 가서 산은에 다시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한 만큼 노조와 지역사회가 도와달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생존이 가능하냐"며 "대우조선해양이 금융지원 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면 직접 정부를 설득해서라도 (노조와 지역사회 등에) 건내주겠다"며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 HMM 노사 임단협 진일보, 3년 이상 다년 임단협 자리잡아야= 이 회장은 최근 HMM(옛 현대상선)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일진보했다"고 평가했다.

임단협을 매년 경신하는 노사문화로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만큼 HMM처럼 노사 간 자율 합의를 전제로 3년 이상의 다년 임단협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구조조정 기업에 한해서는 호봉제 폐지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봉제 영향으로 대부분 직원이 퇴직 기간은 오래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고임금이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보다는 '나는 높은 임금을 받고 퇴직하겠다'고 하는 풍토도 있는 것 같다"며 "최소한 구조조정 기업이라도 호봉제는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HMM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직원 노력도 있었지만 컨테이너선 신규 축조, 코로나19 시황 개선 등 우호적 영업환경의 덕이 컸다"며 "HMM이 정상화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지금 얻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정상화 기반을 다지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오는 15일 이뤄지는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능력 있고 책임 있는 경영 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규투자자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에 따라서 조속히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인수 후보자들이 공장 부지 개발이익 등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부실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먹튀 얘기가 나오는데, 먹튀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 공장 이전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고, 최소한 10년여가 걸리는 데다, 또 다른 부지의 용도를 다시 변경해야 하는 등 수년간의 작업이 걸리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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