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업계, ‘녹색 강철’로 탄소중립 노린다

입력 2021-09-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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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넘어 공정에도 부는 녹색 바람

▲독일의 뒤스부르크의 한 제철소 (뉴시스)
▲독일의 뒤스부르크의 한 제철소 (뉴시스)

유럽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연료에서뿐만 아니라 제작에 드는 주재료인 강철 공급에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화두는 ‘녹색 강철’이라 불리는 저탄소 강철이다.

13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재활용 강철 사용, 저탄소 제련 방식의 철강 업체에 투자하는 등 제작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동향을 소개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메르세데스-벤츠 (뉴시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메르세데스-벤츠 (뉴시스)

메르세데스-벤츠, 저탄소 강철 위해 철강 기업 지분 사기도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 AG는 지난 5월 스웨덴의 철강업체 H2 그린스틸의 지분을 샀다. 해당 기업은 ‘수소 공정’ 도입을 계획 중이다. 수소 공정은 철광석 등을 제련하는 데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공정이다. H2에 따르면 수소 공정은 기존 강철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 다임러는 2025년부터 계열사인 메르세데스-벤츠를 통해 H2의 저탄소 강철로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달 스웨덴 철강업체 SSAB와도 계약을 체결해 당장 내년부터 저탄소 강철을 공급받게 됐다. 해당 기업은 2016년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 없이 강철을 생산하는 하이브리트(HYBRIT)를 합작 설립했다.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 볼보 (뉴시스)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 볼보 (뉴시스)

볼보, 2040년까지 탄소제로
BMW, 철강에 투자 중

스웨덴의 자동차 기업 볼보는 이미 하이브리트의 저탄소 강철로 차를 생산 중이다. 최근 볼보 측은 자사 자동차 공정에 사용되는 강철의 탄소 배출량이 일반 차의 35%, 전기차의 20% 수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볼보는 2025년까지 자동차 제조부터 판매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자동차 평생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40년까지는 탄소 제로가 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BMW는 지난 3월, 자사 소유 벤처캐피털 BMW i 벤처스를 통해 미국 신생기업인 보스턴메탈에 투자 중이라고 밝혔다. 보스턴메탈은 석탄 대신 전기를 이용해 철광석을 제련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했다. BMW 최고경영자 올리버 집스는 최근 뮌헨 모터쇼에서 “현재 철강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EU 그린딜 미디어 콘퍼런스 (뉴시스)
▲지난 7월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EU 그린딜 미디어 콘퍼런스 (뉴시스)

탄소중립 압력에 기존 강철보다 비싸도 저탄소 강철에 투자

저탄소 강철은 기존 철강 공정보다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SSAB는 저탄소 강철에 드는 생산비가 재래식 강철보다 20~30%가량 비쌀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저탄소 공정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유럽 각국의 탄소중립을 위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을 통해 2050년까지 유럽을 탄소중립화 하기로 합의했다. 이 때문에 제조업계는 ‘지속 가능한 산업 공급망과 가치사슬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됐고. 자동차 업계는 차가 운전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생산되는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최근까지도 연비를 늘리거나 운용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로까지 이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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