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갈등에 당정 규제 몰매…카카오, 백기 들었다

입력 2021-09-14 18:00 수정 2021-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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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상생안 발표…김범수 “최근 지적은 사회의 경종”

당정과 여론의 뭇매를 맞은 카카오가 백기를 들었다. 상생 방안을 발표한 카카오는 이와 함께 미래 전략을 수정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4일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에 따르면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 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에 나선다.

◇당정 ‘카카오 몰매’ 효과 있었나?

카카오가 이런 ‘상생방안’을 내놓은 배경엔 여당과 정부의 규제 때리기가 있다. 카카오의 ‘갑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 것이 이유였다.

대표적인 곳은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택시ㆍ대리운전 업계와 갈등해왔다. 택시의 경우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의 승객 호출(콜) 알림을 차별한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유료 요금제인 ‘프로 멤버십’ 역시 가맹ㆍ비가맹 차별에 이어 요금제 가입 여부에 따라 배차를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려던 계획도 소비자와 택시기사 반발에 부딪혀 불발됐다.

대리운전의 경우 전화콜 1위 사업자인 ‘1577 대리운전’ 운영사 지분을 인수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 업계는 “골목 시장 침해”라며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당정은 최근 카카오의 ‘무한 확장’을 지적하며 전방위적 규제 부과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여당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내세우며 대형 IT 플랫폼의 ‘갑질’을 막겠다고 한 것이 먼저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며 카카오를 위시한 플랫폼 기업들을 압박해 왔다.

공정위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플랫폼과 입주업체 간 공정거래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조사와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조사를 진행하는 점도 강조했다.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이 우려된다며 인수합병(M&A) 제한도 고려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이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M&A 심사기준 개정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다.

플랫폼 사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빅테크를 비롯한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제공하는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 비교ㆍ추천 서비스가 ‘중개’에 해당한다고 판단,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25일까지 금융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해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 사업 전격 철수ㆍ상생기금 조성

카카오는 이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제도권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한편, 상생안을 발표하며 정부 규제와 발을 맞추고 있다. 전날 카카오페이는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판매하던 운전자ㆍ반려동물ㆍ해외여행자 보험 등 일부 보험상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펀드 투자 서비스 채널도 개편했다.

이어 인라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진 사업을 점진적으로 철수하겠단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꽃 배달과 간식ㆍ샐러드 배달 등 골목상권 논란이 벌어진 사업에 대해서는 계열사를 정리하고 사업을 철수한다. 카카오헤어샵 등 논란이 된 사업 역시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조정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3만9000원으로 내린다.

이에 더해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상생 기금도 조성한다. 앞으로 5년간 3000억 원 규모다. 여기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전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다. 상생 기금과 관련한 세부 계획안은 올해 안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김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 현재 투자 등에 집중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주식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로 가족이 경영에 참여해 있었다. 또한, 8월 기준 카카오 10.59%, 카카오게임즈 1.00% 등을 보유하며 카카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분 정리 등과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의 개인 회사인 만큼 일단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역할 측면을 우선 제시했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김 의장의 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에 재직 중이던 김 의장의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은 모두 퇴사하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의 미래 전략도 전격 수정됐다. 카카오는 향후 콘텐츠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내수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M&A 정책을 펼치던 카카오가 기술 기업으로 선회하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향후 자율주행과 이동 서비스 혁신, B2B 분야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이와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주요 계열사와 합의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계획”이라며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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