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아산공장 9월 가동률이 50% 가까이 급락했다.
친환경차 내수판매와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8월과 달리, 9월에는 가동률 하락에 따른 여파가 "역대급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해보면 현대차의 9월 생산이 급락 중이다. 추석 연휴와 반도체 수급 부족이라는 '돌발악재' 탓에 공장별 가동률이 최대 50%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현대차는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 중인 아산공장이 15~17일 사흘 동안 휴업한다”라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탓에 지난 9~10일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9월에만 두 번째다.
아산공장의 재가동 시점은 9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27일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노사 단협'에 따라 이틀 동안의 휴가를 더 거쳐 재가동에 나선다.
오는 27일부터 정상가동이 이어진다고 해도 아산공장의 9월 한 달 동안 조업일수는 12일에 불과하다. 매달 22일 정도 공장을 가동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가동률은 5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산공장은 쏘나타와 그랜저를 연간 30만 대 생산한다. 하루만 가동을 멈춰도 생산 차질이 1000여 대에 달한다.
이런 반복된 휴업은 반도체 부족 탓이다. 9월 들어 현대차는 세타 엔진에 들어가는 전자제어장치(ECU)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공급처인 말레이시아 협력사가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탓에 ‘셧다운’ 됐기 때문이다.
현지 공장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고, 9월 초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산공장에 이어 울산공장도 휴업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제네시스 GV 시리즈와 싼타페를 생산 중인 울산 2공장은 지난 8~10일 사이 가동을 멈췄다.
팰리세이드와 스타리아 등을 생산 중인 울산 4공장도 13~14일 이틀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같은 4공장에서 생산하는 포터의 경우 13일에 시작한 휴업을 16일까지 무려 사흘 동안 이어갈 예정이다.
제네시스 G80과 현대차 투싼을 생산 중인 울산 5공장도 9월 둘째 주에 이틀 동안 휴업했다. 각각 반도체가 포함된 ECU와 터보 엔진의 재연소를 돕는 ‘퍼지 펌프’ 공급 부족 등이 이유다.
올 상반기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대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철저한 공급망 관리 덕이었다.
실제로 7월까지 누적 생산량 기준,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ㆍ기아(-10.9%)의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경쟁사 대비 적었다.
이 기간 포드(-34.9%)와 GM(-24.6%), 르노닛산(-30.0%), 폭스바겐(-24.4%) 등은 생산량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게 9∼10월이면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사정은 달라졌다. 예상치 못했던 ‘델타 변이’ 확산으로 오히려 하반기 반도체 대란이 더 커진 것.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판매와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친환경 차 판매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8월 내수판매와 수출 물량의 25%는 친환경 차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5일 발표한 '8월 자동차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친환경 차 수출이 1년 전보다 92.2% 급증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수출에서 친환경 차가 차지하는 비중(23.3%)도 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현대차 아이오닉 5에 이어 기아 EV 6가 추가로 출시되는 등 신차효과도 힘을 보탠 덕이다.
결국, 친환경 차를 앞세워 회복세에 접어든 자동차 업계가 뜻하지 않은 ‘델타 변이’ 확산에 다시 위축되고 있는 것. 완성차 업계에서는 생산량 기준 ‘더블딥’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정은 다른 완성차 역시 비슷하다. 현대차ㆍ기아는 물론, 한국지엠도 올 상반기 반도체 부족으로 8만 대 이상 생산 차질을 겪었다. 9월 부평1공장 가동률 역시 절반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현지 반도체 공급망이 현지시각 15일부터 가동을 재개한다”라며 “추석 연휴가 끝나고 가동이 본격화되는 9월 마지막 주부터 정상 조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