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기관 바뀌어도 기존 인력 80% 이상 유지…"문제 일으켜도 재고용"
수탁기관ㆍ보조금 단체 선정 시민단체 출신들이 장악
오세훈 서울시장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각종 지침과 규정 탓에 서울시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대못'들로 시민단체 지원에 대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오 시장은 1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바로 세우기 가로막는 대못'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민간위탁과 보조금 사업을 담당하는 간부들과 개선방안을 논의했지만 당장 시정 조치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이라며 "잘못된 것을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도록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박힌 '대못'으로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종합성과평가 기관 특정감사 유예) △수탁기관 변경 시 고용승계 비율 80% 이상 유지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 포함 규정을 꼽았다.
특히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을 작심 비판했다. 해당 지침이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각종 비정상 규정이 ‘대못’처럼 박혀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을 꼽았다. 이 때문에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 오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공무원 지도감독 과정에서 위법이 의심되는 점이 발견돼도 시 감사위원회가 즉시 감사를 할 수 없으므로 잘못을 덮고 은폐할 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며 "비리, 갑질, 성폭력 등 심대한 문제로 시민 민원이나 내부고발이 있어도 즉시 감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획일적인 고용승계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민간위탁 기간은 3년으로 3년에 한 번씩 공개입찰을 통해 수탁기관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포함된 ‘수탁기관 공모 및 선정 운영기준’과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민간위탁 표준 협약서’에는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용 승계 비율이 80% 이상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 시장은 "새로 위탁받은 단체는 기존 단체의 직원을 대부분 떠안아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사업실적이 매우 부진하거나 각종 문제를 일으켜서 사업권을 박탈당해도 대부분 직원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특권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모든 수탁기관에 획일적으로 80% 고용 승계 규정을 적용한다면 새 기관이 운영상 자율성을 갖고 변화를 모색할 여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상식에 맞지 않는 획일적ㆍ비합리적 협약 조건은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오 시장은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시민이 행정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대로 규정이 운영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220여 개 위원회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며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탁기관 선정 과정을 관장하고 위원회를 구성 · 운영하는 부서장 자리에 종전 수탁기관의 장이 임명되는 일도 있었다"며 "일부 수탁기관은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기는커녕 오히려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침과 조례 개정을 통해 과도하고 법 정신에 어긋난다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대못은 하나하나 뽑아나가겠다"며 "가성비 높은 예산집행이 되도록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만큼 시의회의 전폭적 지지와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