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현지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섰다. 동시에 판매회사에 지급하는 판매 성과보수는 축소했다. 주력 세단 G80의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이 처음으로 7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올 하반기 G80을 시작으로 미국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동결하되 판매회사에 지급하는 성과보수 축소로 가격에 대응해왔다”라면서도 “재고가 줄어드는 만큼, 불가피하게 MSRP를 인상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미국 현지에서 2022년형 G80을 선보이면서 등급별로 가격을 올렸다. 2.5 터보는 약 400달러, 3.5 터보는 최대 700달러 수준 가격을 올렸다.
제네시스의 미국 현지 가격 인상은 다양한 외부 환경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먼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탤란티스로 대변되는 이른바 '빅3'의 생산 감소가 진행 중이다.
올해 7월 누적생산량 기준으로 GM과 포드의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2019년 7월 누적)과 비교해 각각 –24.6%와 –34.9%를 기록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증가 중인 반면, 자동차 회사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도 자동차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연준 인덱스를 바탕으로 미국 고용통계국이 발표하는 자동차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8월 역대 최고치인 159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까지 130포인트 안팎을 기록했던 자동차 CPI는 올해 2월 처음으로 15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후 4월부터 8월까지 쉼 없이 상승,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브랜드의 자동차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9월 CPI 역시 전월 최고치와 유사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이 시작된 가운데 제네시스 역시 G80을 시작으로 주요 모델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시스의 가격 인상은 단순하게 차 한 대의 여파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기준, 제네시스의 평균 공장도가격(4897만 원)은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2170만 원)보다 약 56%가 높다.
영업이익 비율 역시 제네시스가 15%, 쏘나타는 7% 수준이다. 제네시스 세단 1대를 팔아서 얻는 영업이익과 쏘나타를 5대 판매해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가격을 올려 '제값 받기'에 나서더라도, 판매는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감내해왔고, 가격 인상 시점을 검토해왔다”라며 “가격을 올릴 때도 시장의 거부감이 없는 시기와 수준을 결정한다. 미국 현지 재고와 판매 추이 등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