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쌍용차 새 주인 내달 초 발표…누가 돼도 고민

입력 2021-09-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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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인수 후보 2곳 모두 '컨소시엄' 구성
경쟁력 확보 위해 지속투자가 회생의 관건
"인수 의지만 존재하고 지속투자 계획 없어"
유찰ㆍ분리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 제기

(사진=쌍용차 / 그래픽=이투데이)
(사진=쌍용차 / 그래픽=이투데이)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이 내달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수 후보군 모두 자금력과 경영능력ㆍ추가투자에 대한 상세 계획을 밝히지 못한 상태다. 조심스럽게 ‘유찰’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22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이르면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우협) 1곳과 예비협상 대상자 1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날 쌍용차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매각 주간사(EY한영)가 본입찰 이후 투자확약서와 은행 지급보증서 등을 보다 명확하게 하려고 30일까지 자료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라며 “자료 검토가 마무리되면 늦어도 10월 초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 앞세운 이엘비앤티…美 수출은 “글쎄”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서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은 5000억 원대 초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2000억 원대 후반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 원대 금액을 적어낸 전기차 스타트업 ‘인디 EV’를 제외한 이 2곳이 막바지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게 M&A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 모두 ‘공동 투자(컨소시엄)’를 구성한 상태다.

전기차・배터리 제조사인 이엘비앤티는 종전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 사모펀드 운용사 파빌리온PE 등과 손 잡았다.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내며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이엘비앤티 측은 “유럽 투자사의 자금을 바탕으로 본입찰에 참여했다”라며 “전기차 제조 원천기술을 앞세워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출 청사진도 내놨다. 그런데 이게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카디널 원 모터스의 '듀크 헤일' 회장은 국내 통신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쌍용차의 픽업트럭을 미국에 팔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쌍용차 중앙기술연구소 출신의 한 관계자는 “렉스턴 스포츠를 포함한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하려면 대배기량 휘발유 엔진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양산 가능한 휘발유 엔진은 1500cc밖에 없다. 엔진만 따로 구매해 장착할 수 있지만, 내수 이외에 수출이 어렵고 수익 창출도 불가능하다”라고 우려했다.

◇양산 경험・인수의지 확고한 에디슨…입찰가에 발목

이에 맞서는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KCGI・키스톤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1톤 전기 트럭과 전기 저상버스를 판매 중인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후보 가운데 유일한 양산 차 회사다.

에디슨 측은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PE로부터 약 4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향후 2∼3년 이내에 8000억∼1조5000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인수 의지와 배경 등은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으나 인수 가격이 문제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번 본입찰에서 이엘비앤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만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 주간사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타당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에디슨모터스는 스스로 써낸 낮은 가격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셈이다.

◇인수 후, 정부 차원의 지원에 매달릴 우려

매각 주간사는 다음 달 초까지 우협 대상자를 확정하고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변이 없다면 11월 중에 최종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본입찰이 마감된 시점에서도 인수 후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후보군 모두 쌍용차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자금력이 부족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보군이 추후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국책은행의 추가 대출 등을 막무가내로 요구할 공산도 크다. 결국, 생존을 위한 '연명'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단독 입찰이 아닌 ‘컨소시엄’이 나섰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사모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그들 특유의 ‘재무적 투자(FI) 참여→인적 구조조정→투자금 회수(재매각)’ 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의 인건비는 무급휴직이 종료되는 2023년께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환경 탓에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회생 법원이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군의 인수 가격과 사업계획 등을 검토한 결과 "적합하지 않다"라고 판단되면 ‘유찰’로 결론 낼 수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유력 후보였던 SM그룹이 본입찰을 포기했고, 에디슨모터스가 예상 밖에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유찰 가능성이 제기됐다”라며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타이어뱅크)가 제조사(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것처럼 해프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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