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부동산 정책 탓에…올해도 2030 아파트 ‘패닉바잉’

입력 2021-09-23 17:22 수정 2021-09-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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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집값 올들어 13%↑
각종 부동산 정책 집값 못 잡아
"내집 마련 못한다" 위기감 고조
규제에 금리까지 오르자 추매

▲올해 2030세대 아파트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지난해보다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올해 2030세대 아파트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지난해보다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청약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는 집값을 잡을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들어 서울·수도권 집값은 지난해보다 더 올랐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까지 겹치자 조급해진 30대 이하 무주택자들이 아파트 추격 매수에 나선 형국이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 2019년 31.8%→2021년 41.9%

올해 2030세대의 아파트 ‘패닉 바잉’(공황 매수) 현상이 지난해보다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신고일 기준) 3만4045건 중 30대의 거래 비중은 36.9%(1만2550건)로 집계됐다. 이는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대 이하(5.0%)까지 더하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총 41.9%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4채를 30대 이하가 매수한 셈이다. 이어 40대는 26.2%, 50대 15.5%, 60대 8.8%, 70대 이상 5.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한 서울은 거래 절벽이 계속되고 있지만 30대 이하 젊은층의 추격 매수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5798건을 기록한 이후 2월 3874건, 3월 3789건으로 계속 줄었다. 5월 4897건으로 잠깐 거래량이 늘었지만 다시 줄어들어 지난달 거래건수는 3858건에 머물렀다.

반면 30대 이하 거래 비중은 2019년 31.8%에서 지난해 37.4%로 상승한 뒤 올해 7월까지 41.9%까지 높아졌다. 2년 만에 10%포인트(p) 상승한 셈이다. 특히 30대의 거래 비중은 1월 39.6%로 부동산원이 연령별 통계를 발표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정부 부동산 정책 '백약이 무효'…패닉바잉 지속 전망

이렇듯 젊은층의 서울 아파트 패닉 바잉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는 우상향하는 집값과 턱없이 부족한 공급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1∼8월 13.11% 올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상승률(9.08%)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집값이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차라리 무리하게 대출을 받더라도 집을 사자라는 심리가 2030세대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전청약 물량 조기 공급도 젊은 층의 패닉 바잉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사전청약 물량을 기존 6만 가구에서 10만 가구로 늘린다고 했지만, 늘어난 물량 4만 가구 중 85%는 앞으로 공급될 민간 물량을 앞당겨 분양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의 경우 사전청약 물량이 1만4000가구 수준에 그쳐 시장 수요를 감당하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등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에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집값은 계속 올랐다”며 “이에 무주택 2030세대가 학군이 좋고 정비사업 전망이 밝은 서울 강북권 등 중저가 단지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물량은 적고 경쟁률은 수십 대 1에 달해 젊은층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공급 물량마저 부족하니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을 못한다’는 위기감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졌다”고 했다.

젊은층의 주택 청약 문턱이 높아진 것도 패닉 바잉을 부추겼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민영주택 일반공급 청약 당첨자 연령대는 갈수록 높아졌다. 서울 일반공급 청약당첨자 평균 연령은 2016년 42.4세에서 올해 46.9세로 올랐다. 특히 40대 이상 비중은 2016년 52.5%에서 올해 83.4%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 30대 청약당첨자는 37.9%에서 15.6%로 줄었다.

2030세대 패닉 바잉 현상은 결국 집값이 진정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김 소장은 “당분간 젊은층의 패닉 바잉을 멈출만한 정책이나 외부 경제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오히려 오피스텔 등 아파트 이외 주택 규제를 풀어 집값을 잡는다는데, 이는 투기 수요자의 배만 불리고 주택 수요는 충족 못 하는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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