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최대 리스크는 ‘스크루플레이션’…연준의 오산이 부른 비극”

입력 2021-09-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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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식료품 등 가파른 가격 상승에 중산층 고통 커져
연준, 격차 문제 해소 위해 인플레 용인…실패로 돌아가
정치 리스크도 짊어지게 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뉴시스

최근 미국 경제와 금융 정세 관련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물가 상승에 따른 중산층의 빈곤화인 ‘스크루플레이션’이며 이를 초래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오산이라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스크루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원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물가로 고통을 받는 중산층 이하 주민의 상황을 통해 관심을 모으게 됐다.

이 말이 다시 유행할지 여부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일 수 있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연준이 소득격차 확대를 의식해 격차 시정을 위한 인플레이션을 용인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초래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높은 상승세가 계속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내역을 보면 특히 중고차와 휘발유 가격 급등이 눈에 띈다. ‘자동차 사회’인 미국에서 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주머니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식료품이나 가구, 침구 등 생활과 밀접한 다른 품목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제약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임대료와 교육비도 오르는 것은 그런 이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올해 8월 말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연설의 3분의 1 이상을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1년 전 파월은 같은 회의에서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일시적으로 허용, 고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를 내놓았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장기화가 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고용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올해는 파월의 예측과 다르게 흘러갔다. 실업률은 5%대로 하락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3%대 중반에 도달하기는 아직 멀다. 반면 인플레이션율은 1%에서 5%대로 뛰었다.

여기에 스크루플레이션이 합세했다. 다이와증권의 야마모토 겐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가 저소득층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오히려 격차를 조장한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인플레이션은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둘러싼 혼란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는 견해가 있다.

미국 정부는 높은 휘발유 가격에 초조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에 원유 증상을 촉구했다. 국내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휘발유 가격을 무단으로 올리는 행위에 대한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정권 비판 화살이 언제 연준으로 향해도 이상하지 않다.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파월에 보낸 서한에서 “통화정책 완화가 경제 과열은 물론 근면한 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 세금’을 물게 될 것을 깊이 우려한다”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델타 변이 확대로 경기회복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고물가 통증을 느끼기 쉬운 상황이 됐다. 닛케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격차 문제에 발을 디딘 연준이 동시에 큰 정치 리스크를 짊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 용어설명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돌려 조인다는 뜻의 ‘스크루(screw)’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중산층은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계속 압박을 받아 소비가 위축되고 실질 경기도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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