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인사이트] 미-중 관계의 새로운 전개와 한국의 선택

입력 2021-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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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E컨설팅 고문, 동국대 명예교수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본격화한 중국의 세계 진출은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현상을 낳았고, 이후 미-중 관계는 경쟁을 넘어 관세폭탄과 기업제재 등 노골적인 적대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올해 초 바이든 취임 이후에도 미국의 대중국 관계는 초당적 이슈로서 관계 개선의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우리는 한-미동맹하에서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여 왔고,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경제관계국으로 존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세계무대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대외정책의 중점을 인권, 환경 등 ‘가치’에 두고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만큼 미-중 관계는 이전의 트럼프 시대와 다른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제3자로서, 또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과제의 당사자로서 우리가 양국 사이에서 어떻게 경제적인 번영을 포기하지 않고 안보를 확보할 것이냐는 문제는 미-중 관계의 새로운 전개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도전과제임이 분명하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과 실행에서의 미숙함으로 국내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동안 본래의 의도대로 철군에 따른 타 지역 특히, 아태지역에의 집중이 힘들겠지만 신장위구르지역의 무슬림국가 독립 위협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철군이 마냥 기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에게 ‘편들기’ 압력을 고조시키는 한편, 중국의 보복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쿼드플러스(Quad+) 및 파이브아이스(Five Eyes) 등 안보동맹의 가입과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 참여 등 경제적인 편들기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 또한 사드(THAAD)의 국내 배치 시 보여준 것처럼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의 중간자로서, 또한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이들 간의 평화적 공존과 이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소국에는 외교가 없다(小國無外交)’고 손놓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행인 것은 양국의 패권경쟁 양상이 고율의 관세 부과, 기술기업 인수 허가 등 통상압력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강조와 함께 다자체제에의 복귀를 공언한 만큼 기후변화, 해양환경 보존 등 국제공공재(international public goods) 문제의 처리나 다자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을 통한 새로운 규칙의 제정을 통해 중진국으로서 중재할 여지가 생긴 점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와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은 양국 간 파국적 대립을 자제하고 협력할 의지가 있다는 표현으로 청신호로 보여진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원용이나 중국 공산당의 안보-통상 연계 정책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현재 국가 간 통상은 안보와 긴밀히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제재와 한한류(限韓流)라는 협상카드를 쥐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어떤 카드로 제재를 풀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수출국과 수입국, 미국·호주 등 대규모 영농국가(케언즈그룹)와 우리와 같은 소규모 영세농국가, 태평양 도서국가처럼 단일 수출품목 국가 등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농산물 분야 협상에서 무역자유화와 예외를 정하여 수입자유화 면제 규칙을 이끌어 내었던 선례에 비추어 미-중 간 갈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자체제로 불러들여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우리에 대한 통상제재도 다자체제 규칙의 제정과 이 과정에서 중진국으로서 우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중국은 아직도 미국에 대해 수세적이고 협력에의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 NME) 지위 규정의 개정 및 사이버 탈취 등 신(新)의제에 대해 우리의 도움을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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