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엔씨·카카오의 주가 하락과 소비자의 냉정함

입력 2021-09-27 17:35 수정 2021-09-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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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좋은 아이템이나 상품을 내놓으며 이윤을 얻는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서는 소위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경쟁사 제품보다 스펙이나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특정 회사 특유의 감성이나 브랜드를 좋아하는 열광적인 소비자들의 지지와 소비가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이,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니(MINI) 브랜드가 대표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팬덤은 기업의 운명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특정회사의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기업에서 등을 돌리는 순간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종내 시장에서 모습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유저들의 반발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1998년 PC게임인 ‘리니지’를 내놓으며 급성장 한 이 회사는 내놓는 작품마다 소위 대박을 터트리며 덩치를 키웠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가 성장세에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 올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는 듯 했다. 주가 역시 2월에 1주당 100만 원을 넘어서는 등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어 게임들의 과한 현금 결제 유도, 소비자와의 소통 부재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 24일 종가 기준 주가는 59만6000원으로 40% 이상 급락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 메신저로 떠오른 카카오톡의 충성도를 바탕으로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까지 사업영역을 넓혔고,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이 연달아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모으며 증시에 입성했다.

이에 지난 4월 액면분할 후 12만 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 7월에 16만 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24일 11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액면분할 당시의 주가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의 상장도 지연되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손해는 물론이고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에게도 손해를 입히고 만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몇배의 노력에도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키움증권은 지점없이도 오직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지원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신용공여시 업계 최고 수준의 이자율을 받으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받고 있다.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투자자들의 고혈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의 비난이 ‘재수가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당장의 실적 저하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소비자들이 기를 쓰고 불매운동을 이어가지는 않더라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이들 기업의 행태를 ‘갑질’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결국 나중에 조그마한 잘못으로도 이같은 비난이 화살로 돌아오고 결국 소비자들이 떠날 수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언제나 냉정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격언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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