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 4대 거래소만 남았다

입력 2021-09-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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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금융부 기자

오보가 되길 바랐다. 지난 7월,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4곳에만 실명확인 계좌 발급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하며 가졌던 생각이다. 금융위 관계자가 은행연합회와 있었던 비공식 자리에서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구두로 주의를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중소형 거래소와 은행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터라, 당국의 완고한 태도에 유난히 이목이 쏠리던 시기였다.

당시 금융위는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 또한 사실무근으로 끝나길 바랐다. 7월이 8월로 접어들고, 특금법 신고 마감 기한인 9월이 닥쳐오면서 사실무근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당국이 거래소의 생태에 지나치게 무지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국은 컨설팅, 설명회로 이름을 바꿔 가며 수차례 사업자들을 만났지만 개별 사업자에 명확한 답을 내어놓은 적은 거의 없었다. 산업에 대한 이해 대신, ‘자금세탁’이라는 만능검을 쥐고 새로운 의무를 계속해서 추가해 왔다. 그렇게 사실상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불만이 업계 전반에 피어올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은행은 결국 기존 4대 거래소에만 실명계좌를 허락했다. 특금법 신고 마지막 주, 벼랑 끝에서야 금융 당국이 약간이나마 풀어진 기색을 보이긴 했다. 이미 늦은 때였다. 그간 보여주던 금융 당국의 서슬 퍼런 기색에 은행들은 신산업 기회를 쥐기보다는 정무적 판단 쪽으로 기울었다. 그렇게 결국 4대 거래소만 생존지대에 남았다.

가상자산을 대하는 금융 당국의 태도는 산업 전반에 큰 상처를 남겼다. 사업자들은 사업 잠재력보다, 금융 당국의 가시권에 드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억울함을 품게 됐다. 고객 자산을 분리보관하고, 해킹에 대비하고,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고객 신원 등급을 나눠 위험 관리를 하는 것보다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게 더 유의미하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업비트에 금융감독원 퇴직 부국장이 직행하는데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되레 취업이 가능하다고 길을 깔아준 탓이다. 업비트는 지난달 20일 가장 먼저 사업자 신고를 접수했다. 하필 당일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8월 내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달 신고를 접수한 거래소는 업비트가 유일했다.

편애가 낳은 상처는 쉽게 아물 수 없다. 금융위가 주장하는 ‘질서 있는 영업종료’가 상처를 되레 후벼파지 않을지, 곱씹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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