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개고기의 개인적인 역사

입력 2021-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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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다양한 종류의 카페가 주변에서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중 애견카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얼마 전에는 백화점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개를 유모차에 태우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 적이 있다. 올해 추석특집 기사에 한 신문은 몇백만 원짜리 개 호텔을 소개했다. 일명 ‘보신탕집’이라고 불리는 개고깃집은 많이 줄었다.

개인적으로 개고기는 먹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한두 입 댄 적은 있다. 직업을 기자로 정하고 일을 하면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여름 삼복더위가 올 때마다 개고기 먹으러 가자는 동료 기자나 출입처의 제안은 받아들이기에 유독 힘들었다. 메뉴에 삼계탕도 있다며 함께 가자고 하지만, 개고기만 하는 집이 훨씬 맛있다고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더 안 가게 됐다. 다행히 언제부턴가 여기자들이 늘어나면서 복날 으레 행해지는 개고깃집 방문이 줄어들거나 없어져 이런 고민도 없어졌다.

갑자기 개고기 얘기를 길게 한 것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한 데 이어 관련 부처의 검토를 주문했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인근에서 동물단체들이 개 식용 반대 집회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 희소식이 될 수도 있겠다.

개고기를 안 먹게 된 것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시골에 놀러 갔다가 개고기를 먹기 위해 동네 아저씨가 개를 전봇대에 묶어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고 난 이후인 것 같다. 사정을 모르는 어머니는 여름철이 되면 쇠고기라고 속이면서까지 어린 아들에게 먹이려고 했다. 지금은 살도 찌고 통통한 모습이지만 학창시절 마른 체구에 병치레가 잦아 아들의 건강이 걱정됐던 모양이다.

그 독특한 개고기의 냄새는 내 코를 속일 수 없었다. 어머니의 정성을 봐서 한입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효자는 되지 못한 것 같다. 어머니는 몇 번 더 시도하다 포기하고 아버지와 나눠 드셨다. 언제인가 개고기를 먹으면 자식들에게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온 후부턴 부모님도 드시지 않게 됐다.

예전엔 초복이 가까이 오면 개를 싣고 다니는 개장수 트럭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떠돌이 개를 주로 잡는 듯했으나, 일부는 동네 개도 몰래 잡아갔다. 그래서 초복이 다가 오면 집에서 키우던 똘이와 똘똘이에게 밖에 나가면 개장수한테 잡혀 간다며 경고를 하기도 했다.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개 식용 금지가 정부의 무리한 규제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개고기 역사를 보면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 조상들은 즐겨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하면서 개 식용이 잠시 물러나 있다가 조선 시대에 다시 확산했다. 유교의 창시자 공자도 개고기 애호가였다. 17세기 조선 양반가의 음식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개고기 요리법이 많이 등장한다.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개고기를 일상적으로 먹었다.

개 식용 금지가 확정(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방안은 이달 30일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사람을 위해 희생당한 개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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