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대출, 막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입력 2021-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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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명목하에 부동산 대출 창구가 모두 닫혔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전세자금대출과 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까지 모두 틀어막을 기세다.

부동산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주택 실수요 성격인 전세자금대출과 중도금 대출을 막은 건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어긋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썼다. 양도소득세 중과세나 보유세 강화 기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과 중도금 대출을 줄이면 그 피해는 무주택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현재 규제지역 내에서 다주택자의 청약 당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규제지역인 경기 외곽 지역이나 지방에서만 간신히 청약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청약 당첨자 대부분이 무주택자인 상황에서 정부는 중도금 대출을 막았다. '다주택자 규제'라는 정책 기조와 결이 다른 셈이다.

부동산 대출 중단이라는 급진적 정책 시행을 앞두고 충분한 내부 논의도 거치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달 분양한 시흥 장현지구 A3블록과 파주 운정지구 A17블록 분양 공고문에는 ‘금융권 중도금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하다’는 안내 문구가 실렸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 시중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어 공공주택 중도금 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다. 급한 불을 껐지만 부처 간 조율 없이 정책을 시행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돈 없는 서민은 입주도 하지 말고 길거리에 나앉아 죽으라는 소리로밖에 안 들립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가장의 절규다. 청원자는 “2010년 2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받고 11년을 기다린 끝에 다음 달 입주를 앞뒀지만 대출 규제 강화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10년의 기다림이 정부의 '조변석개'식 정책 집행으로 물거품이 될 마당이다.

정부의 무차별 부동산 대출 축소는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자르는 것과 같다. 부동산 문제는 풀지 못하고 일만 키우는 격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오답이 아닌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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