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다이소마저”...인플레, 미국 서민 경제 악영향 본격화

입력 2021-09-30 15:28 수정 2021-09-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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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샵이었던 달러트리, 최근 제품 가격 인상 시작
공급망 문제·인플레 압력 등으로 가격 상승 불가피
베이컨 가격 최근 1년새 28% 올라
미국·유럽 중앙은행 수장 "공급 제약에 인플레 당분간 높을 듯"

▲미국 로드 아일랜드 노스 프로비던스에서 한 여성이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식료품 필요 목록을 살피고 있다. 노스프로비던스/AP뉴시스
▲미국 로드 아일랜드 노스 프로비던스에서 한 여성이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식료품 필요 목록을 살피고 있다. 노스프로비던스/AP뉴시스
인플레이션 압박이 미국 서민 경제에도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공급망 혼란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각종 악재를 만나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서민 살림살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판 다이소’인 달러트리다. 이 회사는 원래 제품 대부분을 1달러(약 1180원)에 판매하는 컨셉으로 유명한데, 최근 일부 품목을 1.25달러, 1.50달러대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달러트리는 앞으로도 1달러를 초과하는 가격을 책정하는 제품 범위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6년 창업한 달러트리는 그동안 이익 증대를 위해 판매가를 높이라는 압력을 받아왔지만, 회사명에 ‘달러’라는 이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30년 넘게 1달러 가격 정책을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고수해왔다.

하지만 공급망의 혼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마이클 위틴스키 달러트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경제 환경에서 (가격을) 조정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 “임금, 운송, 공급업체 등 전 부문에서 비용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년 전부터 ‘달러트리 플러스’라는 선반을 따로 만들어 몇몇 품목을 3∼5달러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번 방침에 따라 ‘달러트리 플러스’ 섹션을 설치한 모든 매장에서 1달러 초과 상품들을 추가로 판매할 예정이다.

▲미국 시카고의 한 달러트리 매장. 시카고/AP뉴시스
▲미국 시카고의 한 달러트리 매장. 시카고/AP뉴시스
인플레이션 압박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베이컨 가격도 급등하면서 미국 밥상 물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베이컨의 평균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28% 가까이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가 돼지고기 수급에 직격탄이 됐고, 여기에 사료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해지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돼지고기 가격은 12.1% 뛰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상황을 심각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베이컨 등 돈육 제품 가격 상승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상위 4곳의 대형 가공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66% 가까이 장악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고 보고 시장 경쟁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만으로 가격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식품 가격 급등세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쇠고기,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가격도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각각 14%, 6.6% 올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장들도 최근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 압박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열린 ECB 포럼에서 공급 측면 제약으로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병목 현상을 둘러싼 문제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고, 인플레이션 역시 예상보다 길게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라가르드 총재도 “최근 수개월 간 확인된 공급망 혼란이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운송 등 일부 분야는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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