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코로나가 바꾼 衣생활' 옷도 메타버스로 산다...비대면 구매 익숙한 'MZ세대'

입력 2021-10-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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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구찌 콜라보레이션 (제페토 인스타그램)
▲제페토-구찌 콜라보레이션 (제페토 인스타그램)
#. 대학생 A씨는 네이버 제페토의 구찌 매장에 들러 구찌 옷을 샀다. 가상 캐릭터(아바타)를 꾸미기 위해서다. 실제 구찌 제품을 본뜬 모자, 스카프, 원피스 등을 터치하자 가격표가 떴고 탈의실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몇가지 골랐다. A씨는 “실제로 돈 주고 사려면 500배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데 메타버스에서 사면 싸다”라면서 “코로나19 이후 가상공간에서라도 예쁘게 꾸미고 싶어 명품을 샀다”라고 했다.

#. 30대 직장인 B씨는 코로나 이후 가상 매장인 가상현실(VR)스토어를 즐겨 찾는다. 실제 매장의 제품과 디스플레이 등을 통째로 옮겨놔 구경하기에 편리하다. 최근에도 한 신발 브랜드의 VR스토어를 들러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B씨는 “시간 제약 없이 침대에 누워 편하게 구경할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 대면 등의 이슈에서도 자유로워 가급적 VR스토어를 찾는 편”이라고 했다.

#. 추석을 앞두고 30대 주부 C씨는 시부모님과 함께 가상현실 패션쇼에 참석했다. 선물을 준비하던 중에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하우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상 패션쇼에서 5060세대를 겨냥한 의류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덕분이다. C씨는 “패션쇼도 가상으로 진행하나 싶어 신기했다”라면서 “어머니와 함께 라이브 패션쇼를 본방 사수하면서 옷도 고르고 마치 파리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도 느껴 좋았다”라고 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패션 소비지형을 뒤바꿨다.

거리두기 정책의 장기화로 ‘집콕족’이 늘면서 사람들이 의류 구매에 돈을 덜 쓰기 시작하면서다. 재택근무, 재택 수업이 일상화하면서 정장 대신 ‘슬세권’ 대명사로 불리는 애슬레저룩 등에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특히 소비권력의 핵심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명품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며 주요 명품 기업들은 국내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패션기업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메타버스, 디지털 런웨이를 통해 매장을 가상공간으로 통째로 옮기는 등 비대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패션시장 주춤…재택근무에 정장 등이 하락세 주도

3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의류 지출이 크게 줄면서 국내 패션시장 성장세도 꺾이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8월 발간한 ‘한국패션마켓트렌드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월평균 패션제품 소비금액은 지난해 18만 8000원으로 전년의 23만 원보다 약 19%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도 40조 32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패션시장의 위축은 주요 패션기업들의 매출 감소세로도 확인된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 재무구조 재편을 위해 잇달아 브랜드를 정리해왔다. 자체 브랜드 ‘빈폴 스포츠’ 사업을 중단했고 ‘빈폴 액세서리’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2011년 인수해 운영해 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는 SG세계물산에 넘겼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가까이 감소했고 3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F패션그룹 역시 지난해 1조 5348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16% 줄어들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보고서는 “수년간 이어온 불황 여파로 저성장기에 돌입한 패션기업은 2018년 소폭 회복하는 듯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거의 붕괴 수준으로 전환했다”라면서 “영업이익은 매년 악화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급기야 적자 전환했다. 팬데믹 공포는 패션기업들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구호가 비대면 시대에 맞춰 21가을,겨울 시즌을 맞이해 디지털 런웨이 영상을 공개했다. (삼성물산 패션)
▲구호가 비대면 시대에 맞춰 21가을,겨울 시즌을 맞이해 디지털 런웨이 영상을 공개했다. (삼성물산 패션)

◇명품ㆍ온라인은 ‘MZ세대’ 덕에 승승장구…비대면 기술 접목 박차

전반적인 위축세인 패션 시장에서 애슬레저룩, 골프웨어 등 야외활동 관련 의류와 명품으로 소비가 쏠렸다. 실제로 골프용품 전문 5개기업(아쿠쉬네트코리아, 골프존유통, 에이케이무역, 던롭스포츠코리아, 로저나인)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7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보고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발생한 골프시장에서 골프용품 전문기업들이 대박이 났다”라면서 “해외골프 여행중단과 더불어 비교적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 증가로 기존 4050 남성들 외 2030세대 및 여성골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명품 시장도 활황이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가 지난 한해 국내에서 쓸어담은 돈은 2조 4000억 원에 육박한다. 명품의 급성장세 역시 온라인과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MZ세대가 대거 시장으로 유입된 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는 위드코로나 시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하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브 가을 아카이브 컬렉션 AR 룩북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 가을 아카이브 컬렉션 AR 룩북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는 지난달 패션업계 최초로 AR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가을 신규 컬렉션 룩북(화보)을 공개했다. AR 룩북은 평면적인 사진 형태가 아니라 입체적인 3D 영상을 통해 모델이 옷을 착용한 모습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한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에서 AR 룩북 링크로 접속하면 재킷, 코트, 페이크레더 점퍼, 니트웨어 등을 착용한 모델들이 움직인다.

보브의 AR 룩북 제작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다. 4분기는 패션 브랜드의 1년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인 만큼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마케팅을 통해 MZ세대 관심을 끈다는 전략이다. 성과도 좋다. 룩북으로 선보인 가을 아카이브 컬렉션은 출시 사흘 만에 목표 매출의 300% 이상을 달성했다.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협업해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 매장의 가상공간을 구현했다. 섬세한 촬영을 통해 3D 가상공간으로 구현된 하우스도산을 방문하면 브랜드가 보여주는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KUHO)는 올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처음으로 ‘디지털 런웨이’를 시도했다. 구호는 패션과 음악을 결합한 디지털 런웨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올 가을겨울 시즌 주요 룩을 공감각적으로 즐기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전북대 인간생활과학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더라도 소비자들은 익숙해진 온라인이나 뉴 미디어 소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패션기업들은 최신 장비를 구축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활용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나만의 부캐를 젠틀몬스터 아이템으로 꾸밀 수 있다. (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메타버스 공간에서 나만의 부캐를 젠틀몬스터 아이템으로 꾸밀 수 있다. (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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