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강경’ 중국의 고뇌…“시진핑도 전면전은 꺼려”

입력 2021-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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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 기조 계속돼도 속내는 분쟁 위험 고조 원치 않아”
시진핑, 미국과 전면적으로 적대할 여유 없어
“미중 관계, 엄동설한서 초겨울이나 늦가을로 돌아갈 가능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가을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공방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미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중국의 고뇌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경직된 자세를 자처하고 있어 겉으로 보면 차가워진 미중 관계 해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속내를 살피면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양국은 지난달 긴박하게 움직였다. 중국은 9월 16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했고 대만도 같은 달 22일 중국의 뒤를 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일본과 호주, 인도 등 4개국 정상을 불러 쿼드 첫 대면 회의를 열고 중국 포위망 만들기를 서둘렀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포함한 모든 방면에서 협력이 뒤로 밀린 상태다. 중국은 협력에 응하는 전제 조건으로 먼저 미국 측이 태도를 고치고 모든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 중국 체제 전복을 기도하지 말고 △ 발전을 방해하지 말며 △ 주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공산당 간부와 고위 관리, 기업에 대한 제재 철회도 압박한다. 즉, 협력을 원하면 중국에 적대하는 것을 그만두라는 얘기다.

바이든 정권으로서는 도저히 응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 기후변화 대책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는 대신 남중국해에서 엄격하게 대처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즉, 바이든 정권은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 응하더라도 인권과 안보 압박은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긴장이 계속돼도 그 속내를 살펴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분쟁 위험이 커지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봤다. 그러면서 “9월 바이든과의 90분간 전화 회담에서 시 주석이 미국의 대중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대화 추진에 동의했고 2월 회담만큼 표독스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시 주석이 미국과 전면적으로 적대할 여유는 없다. 그는 내년 가을 자신의 3연임을 건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빈부 격차, 거대 IT 기업과의 마찰 심화 등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당 내 권력을 장악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미중 대립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면 정치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야모토 유지 전 주중 일본대사는 “당 내부에서 표면적으로 시진핑에 대한 비판은 들리지 않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적대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의문의 목소리가 밑바닥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도 마찬가지다. 한 중국 정치학자는 “중국군 순뇌는 지금 대만해협 등에서 미군과 전면전이 벌어지면 승산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의 전화 협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8월 하순 국장급 군사협의에 은밀히 응해 대화채널을 열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다만 신문은 미중이 당장 대립을 풀고 유화적인 자세로 돌아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 주도의 질서를 바꾸고 싶은 중국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 사이에는 씻기 어려운 불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엄동설한인 미중 관계나 초겨울이나 늦가을쯤으로 돌아갈 수는 있다며 그 전망은 표면의 갈등이 아니라 시진핑 정권의 고민하는 속내에서 그 단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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