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탈가족화 앞당긴 코로나, 패밀리십 소중함 일깨워”

입력 2021-10-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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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 '위드 코로나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파고는 역설적으로 ‘패밀리십’ 회복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개인주의로 치닫던 우리 사회에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줬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뒤 경제·사회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러 구성원 간에 갈등과 분열을 발생시켰고, 당분간 코로나와 공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풀어야 할 큰 숙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극복은 여전한 과제이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회·경제적 고립 막아라
양극화 깊어지는데 코로나 덮쳐
소통 단절로 사회적 비용 커질 것
무한경쟁서 공생 구조로 바꿀 때

◇ 코로나가 일깨운 패밀리십의 중요성 = 먼저 전문가들은 지금은 사회 구성원 간 유대감 형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도 1년 8개월이 지나가며 장기화되고 있다”며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사람 간 접촉의 어려움이 패밀리십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주의와 탈가족화는 산업화·정보화의 불가피한 결과이고, 코로나는 이를 가속화했다”며 “산업화가 고도화될수록 그 정도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세종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도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속도나 정도는 누그러지겠지만, 이 같은 추세가 완전히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도 결국 소통의 단절이 발생시킨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경기침체로 돌아섰을 때 나온 사회적 문제의 하나가 은둔 소비자의 증가였고, 이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해 소비 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 기업들의 과제였다”며 “소비 위축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울은 사회적 고립과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의 도움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컨택트 올라타라
거리두기로 가상·증강현실 관심
소통 방법 달라져도 질은 그대로
코로나 이후 메타버스 진화 계속

새로운 소통 방식의 활성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 전문위원은 “사람들과의 신체적 거리두기가 SNS를 통한 디지털 소통을 촉진했다”며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언택트는 디지털 컨택트라는 뉴노멀을 구축해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답보 상태에 있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 같은 실감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최근 메타버스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계속되는 한 사회적 단절은 계속되고, 결국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윤 교수는 “코로나 등 전염병은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쉽게 정복할 수 있지만 역사와 문화의 변화 방향은 반전되기 어렵다”며 “이를 반전시키기보다는 상황을 더욱 잘 관리하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유대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전문위원은 “코로나가 개인, 기업은 물론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해 주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이를 계기로 경제사회가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구조에서 패밀리십을 바탕으로 한 공생 구조로 전환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도 “연대와 유대가 약화되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돼 오던 현상이지만 코로나가 변화에 불을 질렀다”며 “다만 장기적인 변화의 연장선에서 소통의 방식이 달라졌지만 질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픈 손가락 ‘취약계층’ 살펴라
자영업자 50만명 생업 포기
지원금 적고 선별지원 박탈감
코로나 끝나도 고용 충격 계속

◇ ‘코로나+4차 산업혁명’ 양극화 심화 = 다만 코로나19가 야기한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득의 양극화를 비롯해 산업 구조 변화의 가속화는 취약계층에 큰 충격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윤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의 고용충격은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기본 소득과 같은 해법은 제안될 수 있지만 일부 높은 생산성과 경제 수준의 사회에서만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단적 분리의 디스토피아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해법은 마련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내 상황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이 전문위원은 “양극화 문제는 그동안 우리 경제사회의 고질적인 골칫거리였고, 이번 정부의 노력이 빛을 보기도 전에 코로나19 위기를 맞으면서 2년 새 자영업자 50만 명이 생업을 포기하는 K자 회복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경제와 저탄소 경제로의 빠른 이행은 산업구조를 재편해 고용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설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를 본 산업에 대한 지원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금 규모는 너무 작고, 재난지원금의 선별적인 지원은 오히려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국가 간 신뢰 높여라
백신·치료제 ‘지구적 공공재’
‘백신 스와프’ 여전히 불확실
반도체 다음은 바이오 키워야

◇ 백신·치료제는 ‘지구적 공공재’ = 국가 간 교류의 감소에 따른 문제점도 코로나19의 폐해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국가에 대한 혐오 감정도 생기기도 했다.

이 전문위원은 “코로나19의 발생 책임을 놓고 특정 국가,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가 있을 수 있고, 국가 간 불신과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말처럼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여 주는 ‘사회적 자본’인 만큼 서로를 위해 신뢰와 협력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면 교류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면 부정적인 인식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교수는 “어려움을 겪은 신흥국가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교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비대면과 글로벌 플랫폼 성장에 따른 온라인을 통한 문화적 친숙도가 높아진 상황을 적극 활용해 대면 교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류가 단절된 상황을 이용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교수는 “경제적 교역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제도와 관행, 그리고 대응방식을 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오히려 지금 단절된 상황이 이를 생각하게 하는 물꼬를 텄고, 혐오 또한 이해의 계기이자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질병에 대한 공포심을 일깨웠고, 이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대처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윤 교수는 언제든 코로나와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백신스와프나 코백스와 같은 실효성 있는 협력체계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백신과 치료제 등의 개발은 소수의 국가나 제약회사만이 가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등을 위한 협력체계가 더욱 강조됐다. 이 전문위원은 “세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과 관련한 국가 간 협정을 체결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예방과 퇴치를 위한 공동 준비와 대응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백신과 치료제는 전 지구적 공공재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산업, 특히 바이오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한국이 지금까지 중공업, 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 국가였다면 앞으로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세계 1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기술 혁신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관·학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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