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만큼은 아니지만,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열기는 뜨겁다. 메타버스가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현실 세계에서 봉착한 심각한 문제를 탈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포트나이트’와 ‘마인크래프트’ 등 메타버스 기반의 게임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패스트컴퍼니가 만난 학생과 교육자들은 가상 공간에서의 집중력을 메타버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일선 중학교 교사인 네이선 핀리는 마인크래프트 속 독창적인 미로와 같은 가상 공간이 학생들에게 주어졌을 때 학생들의 반응에 주목했다. 그는 게임 속 구조를 통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통합체계) 개념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서 수학한 8학년 학생 한 명은 “(게임 수업이)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우린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팀을 나눠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에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메타버스 수업을 시작한 곳이 있다. 플로리다 플랜테이션의 아메리칸고등학교는 코로나19로 진행했던 원격 학습을 아예 3D 학습으로 전환했다. 학교 설립자인 데이나 윌리엄스는 퀄컴, 빅토리XR와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같은 실험을 결정했다.
윌리엄스 설립자는 “우리는 10년 넘도록 온라인 학습 분야의 글로벌 리더였으며 마침내 가상 현실에서도 학생들을 모을 수 있게 됐다”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봤을 땐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젠 우리가 그것을 현실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서도 학생들의 수업은 동일하게 진행된다. 생물학 수업 시간엔 인간 장기를 다루고, 화학 수업엔 분자 구성을 배운다. 역사 수업엔 3D 영상 등 보다 현실감 넘치는 자료도 제공된다.
교육을 넘어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각국 정부는 아직 메타버스라고 규정하진 않지만,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싱가포르 기술 기업인 멀티버즈의 설립자 란딥 수단은 IT 매체 미디엄에 기고를 통해 “메타버스의 광범위한 의미를 고려할 때 정부는 그것이 수반할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범정부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아랍에미리트(UAE)는 민첩성을 높이고자 가상의 가능성부(Ministry of Possibilities)를 만들었다”며 “싱가포르는 중장기적 위험과 기회를 추적하기 위해 총리 집무실에 전략적 미래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계에서도 메타버스 덕을 톡톡히 본 정치인이 있다. 바로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이다. 작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와 도널드 트럼프와 맞붙었던 바이든은 선거에 임박해 닌텐도의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차린 사이버 캠프를 공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유세가 어려워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모여라 동물의 숲’은 작년 3월 출시된 ‘동물의 숲’ 시리즈 최신판으로, 전 세계 판매량이 단기간에 2000만 개를 넘어선 메가 히트작이다.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즐기는 만큼, 바이든의 선거 유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