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현 정부 남은 7개월을 생각한다

입력 2021-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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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제 올해도 10월 중순을 향해 가고 있으니 이 정부의 임기도 7개월이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현 정부의 인사들로서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할 때가 되었는데 어쨌든 국민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오래된 스크랩을 정리하다 노동부 장관을 지내신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의 4년 4개월이 된 기고를 발견하고 공감되는 점이 있어 인용하고자 한다. 2017년 6월 28일 서울경제신문에 게재된 칼럼의 제목은 ‘새 정부 50일을 보며 5년을 생각한다’인데 오늘 이 난의 제목도 이와 연관해 지은 것이다.

그의 칼럼은 당시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같이 담은 것인데 그 줄거리를 추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자리를 중시하는 정책 방향은 타당하며 이를 위해 대통령 주재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한 것 역시 ‘새 정부의 결연한 의지 표현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문제의식과 개념설정 등 구체적 추진 방향에는 의문부호를 표시하면서 속전속결로 ‘겉과 끝만 맞춘’ 성과로 돌진하면 오히려 성과가 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바,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그 우려는 현실이 된 셈이다.

다음으로 더 심각하게 보는 것은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대한 종합적 비전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개혁 없이 일자리 문제에 접근하다 보면 사회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고통분담, 투명경영, 합리적 노동운동 등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은 결코 미뤄 놓을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설파하고 있는데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더 나아가 김 교수는 이러한 개혁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만은 계승 발전시켜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코드인사’에 대한 고언도 하고 있는 바 가까운 사람들을 쓰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스스로 내세운 인사의 원칙인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허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거의 4년 반 전에 쓰여진 이 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국가경영에 있어 비판을 경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세월이 지나 과거의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는 달리 불과 50일이 지난 시점에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의 식견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때 이 칼럼에서 지적된 비판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갈등,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의한 문제들은 피할 수 있었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 부작용을 줄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 난에서 필자도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정책의 수립, 집행에 있어서는 문제가 발생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클 경우 이를 과감히 시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많은 정책이 국민과의 약속인 선거공약에 기반한 것인데 이를 수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선거에 의한 대의제도에 기반을 둔 민주정치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는 것은 그것이 국민 모두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런 의미에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정부에서도 그와 같은 수정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너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많은 문제를 초래하자 인상 속도 조절을 했고, 결과적으로 임기 중 1만 원 달성이라는 공약은 지키지 못한 셈이 되었다. 좀 더 일찍 수정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공약을 못 지킨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제 현 정부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전술한 노동 관련 정책들뿐 아니라 부동산 등 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최저임금의 경우와 같이 지금이라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방향 수정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의 시점에서 보면 가장 늦은 날인 오늘은 또 가장 빠른 미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7개월 후에 정권을 담당할 다음 정부의 담당자들에게도 같은 권고를 하고 싶다. 비판을 멀리하지 말고 방향전환을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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