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따라 송금자 데이터 전송ㆍ관리 방식 결정…사업 영향 커
특금법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트래블룰’이라는 새 과제가 주어졌다.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들은 발급 전제조건이었던 은행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들은 신규 계좌 발급을 위해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 합작사 중 어느 솔루션을 채택해야 할지 업계의 눈치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업계 관계자들은 업비트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의 솔루션과 빗썸-코인원-코빗의 합작사인 CODE(Connect Digital Exchange)가 개발할 솔루션으로 시장이 양분될 전망이다. 솔루션에 따라 송금자 데이터 전송 방식이나 관리 방식이 결정되는 만큼, 사업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사의 솔루션이 시키는 대로 내부 데이터 처리 방식이 달라져 (솔루션을) 구독하는 입장에서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4대 거래소 합작법인에서 업비트가 나온 것도 누구 솔루션을 메인으로 할지 의견 차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실명계좌 발급 논의 과정에서 람다256의 솔루션을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과의 협상 과정에서 업비트와 유사한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 라인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정무적 판단을 위해 솔루션을 구독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트래블룰 준비 겸, 은행과의 협상 겸 결정한 것 아니겠나”이라고 말했다. 람다256은 이미 국내에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VASP를 출시, 고객사를 모집하며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다. 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제휴사와 소식을 전하는 중이다.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려는 CODE 또한 적극 발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CODE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트래블룰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30일 포항공대(POSTECH)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화이트해커 출신인 차명훈 코인원 대표와 POSTECH 산하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CCBR)가 개발을 맡는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 데이터 교류시 불필요한 정보교환 과정을 단축해 거래 속도를 개선하고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코인마켓으로 영업장이 축소, 수익성에 위협을 받는 중소형 거래소를 타겟팅한 전략이다.
관련해 CODE 관계자는 “(4대 거래소를 오가는 고객이 있는 만큼) CODE도 람다256 서비스를, 업비트도 CODE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겠나”이라면서도 “4대 거래소를 뺀 나머지 거래소들이 어떤 트래블룰 솔루션을 쓸 것인지가 중요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CODE 관계자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트래블룰 제도, 시스템, 기술 등에 대해 신고한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권에서 요구하는 트래블룰 시스템에 대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람다256, CODE를 대리로 한 4대 거래소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소형 거래소도 고민에 빠졌다. 자체 자금세탁 방지 솔루션을 개발할지, 특정 솔루션을 채택해 얼라이언스에 들어갈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4일 전에는 실명계좌가, 이제는 트래블룰 솔루션이 뇌관이 돼 사내 재편을 준비 중”이라며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업적으로 어떤 방향이 보다 도움이 될지 고민 중”이라며 “현재 거래량이 줄어든 만큼 장기적으로 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울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