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는 출시와 함께 다양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현대차가 약 20년 만에 다시 내놓은 경차인 데다, 첫 번째 경형 SUV인 덕이다.
여기에 디자인을 비롯해 차가 추구하는 지향점 등이 '경차의 굴레'를 단박에 벗어났다. 작지만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디자인 역시 상품성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노ㆍ사ㆍ민ㆍ정 합의로 시작한 광주형 일자리 공장의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차 가격은 논란이었다. 효율적인 가격을 뽑아내기 위해 단일 차종 가운데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도 선택했으나 선택 사양을 추가하다 보면 2000만 원을 훌쩍 넘었던 탓이다.
그런데도 시장 반응은 달랐다. 사전예약 첫날 1만8000대에 육박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가격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사전예약 고객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포함된다. 청와대는 "퇴임 이후 사용할 목적으로 문 대통령 역시 사전 계약 첫날 온라인을 통해 캐스퍼를 예약했다"고 밝혔다.
‘SUV 마니아’로 알려진 문 대통령 역시 캐스퍼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직접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에 나섰다.
2003년 쌍용차 1세대 렉스턴을 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기아 쏘렌토(2세대)를 탔다. 이번에는 경형 SUV가 그의 애마가 된 셈이다.
문 대통령에게 캐스퍼는 단순히 탈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2012년 대선 때 그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생겨난 지역 일자리 사업이 첫 번째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차를 사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문 대통령의 캐스퍼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고른 캐스퍼가 과연 "얼마짜리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 가운데 최고 수준의 급여와 예우를 받는다. 당연히 그가 2000만 원이 훌쩍 넘는 캐스퍼 최고급 모델을 골랐을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먼저 캐스퍼 종류를 살펴보면 총 3가지로 나뉜다.
가장 아랫급 △스마트(1385만 원)를 시작으로 △모던(1590만 원) △인스퍼레이션(1870만 원) 등이 있다. 각 등급에서 고성능 터보 패키지를 추가하려면 95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대부분의 편의 장비는 중간급인 ‘모던’부터 기본으로 달려있다. 그 밖에 편의장비도 모던 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오너들이 중간 등급인 모던 트림을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직접 캐스퍼를 받은 문 대통령 역시 중간급인 캐스퍼 모던을 골랐다.
색상은 요즘 유행하는 그린 계열의 ‘톰보이 카키’다. 캐스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색상으로 전체 오너의 38%가 문 대통령과 같은 색을 골랐다.
중간 등급인 캐스퍼 모던에 추가할 수 있는 선택 장비는 총 9가지. 고성능 터보와 선루프, 17인치 알루미늄 휠 등은 문 대통령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순정 내비게이션도 고르지 않았다. 요즘 신차라면 으레 달려있는 모니터 자리에 오디오 조작부만 달려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70만 원짜리 스마트 센스를 추가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안전하차 경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 안전 장비다.
결국, 문 대통령은 캐스퍼 중간 트림 모던(1590만 원)을 바탕으로 안전사양인 스마트센스(70만 원)를 추가해 총 1660만 원짜리 캐스퍼를 고른 셈이다. 성능보다는 실용성을, 디자인보다는 안전을 염두에 둔 선택이다.
임기를 6개월 앞둔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은 퇴임 이후를 위해 작은 경차를 골랐다.
차는 작았지만 차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역대 어느 대통령의 자동차보다 커다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