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세 도입, 국제기준 세제 정비 시급

입력 2021-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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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가 2023년부터 부과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디지털세와 최저세율에 대한 최종합의문을 내놓고 136개국이 서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올리면서 세율이 낮은 국가에 거점을 두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해 온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정보기술(IT) 거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국가에서 세금을 걷도록 한 새로운 국제 규범이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다국적 기업의 초과이익 25%에 대한 과세 권한이 실제 매출이 발생한 시장 소재국에 배분된다. 법인세의 글로벌 최저세율도 15%로 정해졌다. 오래전부터 ‘구글세’ 논의로 시작돼, 어려운 다자협의를 통해 글로벌 조세체계의 개혁을 이뤘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앞으로 국가간 법인세 인하 경쟁에 제동이 걸리고, 조세회피처에 세운 다국적 기업의 역외법인으로 인한 폐단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디지털세는 당초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을 겨냥했으나 다국적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납세를 회피했던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많은 글로벌 IT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것이 가능해진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외국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연결매출 200억 유로(약 27조 원), 이익률 10%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2030년부터는 매출기준이 100억 유로로 낮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만 작년 기준 6000억 원 정도를 해외 국가에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어 세수에는 이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 등이 외국에서 내는 세금은 국내 법인세에서 빼주기로 함으로써 별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 해도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납세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또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매출 7억5000만 유로(1조 원) 이상의 국내 수출기업 가운데 세율이 낮은 외국에 법인을 둔 곳도 많아 이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과세당국은 그동안 세금을 걷지 못한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확실한 과세주권의 행사로 정확한 세원 조사와 빠짐없는 세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조세체계의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법인세가 낮은 곳에 사업장을 갖췄던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업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 법인세를 손보고, 복잡한 기업규제의 그물을 걷어내면 이들을 국내에 끌어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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