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희비 엇갈리는 아시아 금융 허브

입력 2021-10-12 14:22 수정 2021-10-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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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는 싱가포르·‘코로나 제로’ 정책 고수 홍콩
홍콩, 홍콩보안법 이어 방역 정책까지 우려 더해

▲9월 15일 홍콩에 있는 중앙업무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9월 15일 홍콩에 있는 중앙업무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 방식이 엇갈린 아시아의 두 주요 금융 허브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표적인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검역과 여행 대응에서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홍콩은 ‘코로나 제로(0)’ 전략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검역 정책 중 하나를 유지하고 있다. 정 반대로 싱가포르는 개방을 통해 세계 경제와 다시 연결하고 일부 국가에 대한 격리 면제 여행을 허용했다. 일례로 홍콩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거주자라 할지라도 영국이나 미국 등의 지역을 방문했다면 의무적으로 21일 동안 호텔에 머물러야 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영국을 비롯한 9개 국가에 대해 격리 없는 여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격차는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커지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낮은 세율, 우호적인 노동법, 손쉬운 이민 정책으로 유명한 옛 영국 식민지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어디를 거점으로 할지 검토해 온 해외기업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기업 관계자들은 “홍콩이 신규 감염자를 ‘제로(0)’로 만드는 완전 퇴치 전략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아시아 금융 허브 무게 중심이 싱가포르로 완전히 옮겨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니 라우 홍콩중소기업협회 명예 회장은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계속한다면 홍콩은 아시아 국제 금융 허브 지위를 싱가포르에 쉽게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근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싱가포르 모델을 환영한다”며 “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감염자는 나올 수 있다. 5년간 국경을 닫아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언론의 자유 탄압,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 애국심에 초점을 맞춘 교육 시스템 등으로 기업 사이에서 홍콩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폐쇄적인 방역 정책은 불안감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미 홍콩에서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등에 따라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 해 동안에만 8만9200명 시민이 홍콩을 떠났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홍콩에 있는 미국 기업의 숫자는 2018년 대비 6.2% 줄어들면서 3년 연속 감소했다.

홍콩 입법회(의회)에서 섬유 산업을 대표하는 펠릭스 청 의원은 “홍콩이 국제적인 금융 센터 지위를 유지하려면 세계의 나머지 다른 나라들과 단절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의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가능한 한 많은 우리 사업체들을 유치할 기회를 확실히 잡으려 할 것”이라며 “이것은 홍콩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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