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에 미국 씨티그룹 본사가 직접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미국 본사와 이사회 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은 현지 시각으로 14일 오전에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은 올해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는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이다.
한국씨티은행도 그룹 방침에 맞춰 소매금융 매각에 돌입했다.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 의사를 내비치면서 실사까지 진행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매각 작업은 노사 간 고용 승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작년 말 기준 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3500명이다. 이 가운데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소비자금융 부문 임직원은 2500명이다.
문제는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회사가 수용 의사를 밝힌 직원 규모가 현재 인원의 일부라는 점이다.
이에 씨티은행은 지난달 노조에 퇴직금 7억 원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담은 희망퇴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희망퇴직안이 결정되지 않아 희망퇴직 신청 날짜조차 정하지 못했다. 인적 구조 재편이 소매금융 매각의 핵심인 만큼 희망퇴직 결과가 중요한데 실마리를 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4분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희망퇴직이 마무리 안된 상황이어서 매각 작업이 해를 넘기거나 단계적 사업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의 노조문화로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서 미국 본사가 직접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한다.
외신에 따르면 소매금융 철수 대상인 국가 중에 호주씨티은행은 소매금융을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에 12억 달러(약 1조4330억 원) 규모로 매각했다. 말레이시아씨티은행도 UOB은행 등 3곳이 관심을 보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국가는 노조문화가 없고 해당 국가에서 비중이 크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노조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출구 전략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경우의 수를 모두 집어보고 있는 것이다. 법상 사업의 단계적 폐지에 대한 신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수순에 돌입할 경우 금융당국과 은행 간 협의가 필요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단계적 폐지는 출구전략이 결정된 상황이 아닌 만큼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로 법률 쟁점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