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대장동’과 ‘언더독’, 민주당 경선의 정치경제학

입력 2021-10-15 05:00 수정 2021-10-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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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이 막을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반의 지지를 얻으며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는데, 사실 그동안의 경선 흐름을 보았을 때 이러한 최종 결과가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면 1,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표 결과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던 이재명 지사가, 3차 국민선거인단 개표 결과 30%에 못 미치는 득표를 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누군가는 이 결과가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표심이 움직인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선거인단의 표가 이낙연 전 의원 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같은 날 진행된 서울지역 현장선거인단 경선에서도 50% 이상을 득표했다. 만약 ‘대장동 개발 의혹’의 영향으로 표심이 움직인 것이라면, 왜 그것이 국민선거인단에만 영향을 미치고 현장선거인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가 설명이 되어야 한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현장선거인단의 선호가 국민선거인단의 선호에 비해 훨씬 경직적이어서 해당 의혹에 영향을 적게 받았을 가능성이다. 현장선거인단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 당파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이미 투표하고자 하는 후보를 정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해당 결과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일 뿐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언더독 효과는 약자에게 심리적으로 애착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선거의 상황에서는 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후보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활용된다.

3차 국민선거인단 모집이 이재명 지사가 꾸준히 과반의 지지를 받아 왔던 순회경선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언더독이라 할 수 있는 이낙연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선거인단 모집에 참여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경선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고 순회경선과 같이 순차투표(sequential voting)의 형태로 진행하는 상황, 그에 더해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결선투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언더독 효과가 상당히 빈번하게 나타난다. 승리를 이어오고 있는 1인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보다, 충분한 득표수를 모아 결선투표를 노려야 하는 2인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편익(expected benefit)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유인(incentive)이 있는 것이다. 정치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언더독 효과를 투표를 통해 개인의 행복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득표율의 극적인 차이가 ‘의혹 효과’ 때문인지 ‘언더독 효과’ 때문인지, 또는 두 효과의 조합 때문인지를 명확히 밝혀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경선에 참여한 이들을 모아 놓고 선택의 이유에 대한 진실을 말해 달라고 사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나올 많은 설문조사의 결과가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있다.

여기서 대선을 기다리는 유권자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그러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순차경선 결과 발표와 같이, 또다른 ‘의혹 효과’나 ‘언더독 효과’의 발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종 설문조사의 문항 구성과 그에 대한 다양한 언론사의 해석을 비교해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되어 줄 것이다. 효과 타령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의지대로 투표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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