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선진국’ 스페인도 위기…선진국, 기후변화발 에너지 대란 해법 찾기 고심

입력 2021-10-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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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이변에 스페인 풍력 발전 20% 급감
선진국, 원전 복귀·ESS 확대 등 대책 고심
'재생에너지 올인' 캘리포니아, 전기요금 인상 등 리스크 직면

▲스페인 중부에 위치한 한 풍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중부에 위치한 한 풍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에너지 대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기상이변에 따른 바람 감소로 풍력 발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중국 역시 자국 석탄 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산시성에 닥친 이례적 홍수로 인한 타격이 전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에 선진국들은 원자력발전으로의 복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탈(脫)탄소 선진국’으로 꼽히던 스페인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지난 9월 기준 전년 대비 35% 급증하는 등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기상 이변에 따른 바람 감소로 인해 국가 주요 에너지원 구성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풍력 발전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 급감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잘 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 세계가 하려는 메커니즘을 이미 2000년대에 선행 도입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스페인은 전원 구성에서 차지하는 석탄 화력발전 비율을 지난 2000년 36%에서 지난 2019년 5%로, 같은 기간 석유는 10%에서 5%로 줄였다. 화석 연료 중에서도 비교적 깨끗한 천연가스는 이 기간 9%에서 31%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닥친 이러한 에너지 위기는 탈탄소를 추진하는 국가들의 수급 조정 어려움을 부각시켰다. 스페인은 다른 나라에서 전력을 주고받는 전력 융통의 취약성과 불충분한 축전 설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스페인은 동부에 피레네 산맥이 있어 원전을 통해 생산한 풍부한 전력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프랑스와의 연계가 취약하다. 다른 나라와의 전력 상호 연결은 유럽연합(EU)에서 권장하는 ‘최소 10%’를 밑돈다.

이에 따라 탈탄소를 진행하면서도 안정적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 등 국가적 전력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은 현재 830만 킬로와트(㎾)의 ESS가 있는데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2000만 ㎾, 2050년에는 3000만 ㎾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원전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프랑스는 최근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300억 유로(41조 1930억 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 등 영국, 프랑스와 정반대 방향의 길을 걷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공공사업위원회는 전력회사들에 전례 없는 규모로 재생에너지와 ESS 설비를 구입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주 정부가 오는 2024년부터 4개의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이 주의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인 ‘디아블로 캐년’을 퇴역시키려고 함에 따른 조치다. 이들 시설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거의 1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적절한 양의 전력 공급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러한 계획에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이상기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감소 등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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