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삼성전자 주가 위기론

입력 2021-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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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10만전자의 희망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던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중순 이후 7만 원대로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더니 급기야 6만 원대까지 추락, 개인 투자자들의 근심과 원망을 사고 있다. 많은 언론매체는 요즘 삼성전자 주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 투자자가 500만 명이 넘기 때문이다.

2017년 삼성전자에 투자한 소액주주는 14만 명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에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00만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다 급등하는 주택 가격은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완전히 꺾는 데 한몫했다. 투자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국민우량주 삼성전자에 올인한 이유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에 투자한 소액주주가 늘어날수록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적극적으로 팔아치우며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에 비해 다수의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삼성전자의 주가를 7만 원선에서 방어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평이 있으나 결론적으로 신뢰할 만한 조언이 별로 없다. 올 초 다수의 언론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반도체 호황이 예고되고 코로나 특수 효과에 따른 업황 개선이 예상되기에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들의 전망은 6개월도 안되어 모두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지켜보면 국내 시장은 해외와 달리 실적과 주가가 연동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에 매출 73조 원, 영업이익 15조8000억 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70조 원을 돌파한 것은 국내 기업 중 역대 처음이었음에도 당일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머 시카고대 교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하며 시장의 모든 정보는 즉각 가격에 반영되기에 공개된 정보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해당 기업에 관해 이미 알려진 긍정 또는 부정의 정보, 소식들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기에 별 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 이론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지 못한 부분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주가 하락을 견인하는 소식 역시 수개월 전부터 알려진 정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정보가 지금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건 해당 이론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 시장은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오히려 삼성전자 주가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주가가 상승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주식 투자에서 같은 규모로 매수를 해도 외국인과 기관은 주가 상승을 견인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몇 십조를 사들여도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투자에서 외국인은 늘 소수의 투자자 편에 선다.

즉 어떤 종목이 ‘안전하다, 괜찮다’고 다수가 동의하면 외국인과 기관은 절대로 그 편에 서서 수익을 나눠주지 않는다. 미국의 증시는 주로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맞물려 연동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단기 관점에서 늘 불일치하여 움직이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외국인은 늘 개미와 반대로 움직인다.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우위’ 논문을 보면 국내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가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고려하지 않고 우량주라는 이유로 개인투자자가 몰려들어 투자하면 단기적 시점에서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다. 세력은 개미와 수익을 공유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주가 상승을 위한 삼성전자 내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한 실적만으로는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을 따라갈 수 없다. 매출과 이익만으로 기업의 미래가치가 형성되진 않는다. 삼성전자의 신사업을 통한 창조적 도전 그리고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가 지금의 하락세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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