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SNS 막말, 평생 꼬리표 된다

입력 2021-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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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치팀장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서 SNS를 활용해 무시무시한 음모론을 터뜨렸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코치를 받았다”는 루머를 SNS 정치광고를 통해 확산시킨 것이다. 당시 BBC 등은 “온라인 광고 형태의 음모론이 15개 이상의 버전으로 최소 1000만 명에게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에서 정치 광고, 특히 SNS 활용 광고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이 들어간다. 문제는 상당수가 ‘네거티브 광고’라는 것이다. SNS는 상대 후보 비방 수단을 넘어 가짜뉴스의 온상이 돼 버린 셈이다.

20대 대선을 5개월가량 앞둔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SNS를 통한 후보 간의 공방이 최악의 ‘진흙탕전’ 수준이라는 비난도 들끓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이른바 ‘카페트(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 정치’가 본격화한 시점은 2012년 18대 대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SNS 정치의 시발점이 된 시점은 2010년 6·2지방선거다. 오랜 기간 SNS 정치를 연구해 온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2017년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당시 오세훈 후보가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밤중 한명숙 후보가 역전했다”며 “개표 방송보다 앞선 집계를 내보내며 난리가 난 트위터에선 오세훈 후보가 다시 이길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공교롭게도 이 예상은 맞았다”고 했다.

장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6·2지방선거 이후 많은 선거에서 트위터에서 열광하는 이들이 늘었고, SNS가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4·27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인들도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카페트 정치를 시작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 SNS 영향력이 가시화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대선 11월 발생한 ‘SNS 비방 사건’이다. 당시 윤모 목사는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수백 개의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다 구속됐다. 이 사람은 바로 박근혜 당시 후보의 SNS 본부장이었다. 이 사건은 ‘SNS를 활용한 네거티브 정치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끌게 된 계기가 됐다.

이번 대선을 앞둔 시점, 그 어느 때보다 ‘SNS를 통한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대선 주자들의 SNS 활용 속도도 빨라졌다. A 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B 후보를 비방하면, 1분도 안 돼 B 후보는 또다시 A 후보를 공격한다. 이 같은 공방이 수일간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정치권에서 가장 시끄러운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후보들 간 SNS 막말 풍경은 국민에게 피로감만 더해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상에서 서로 구속돼야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얼마 전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향해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발언하자, 야권 대선주자들은 “못된 버르장머리,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힐난했다.

‘SNS 정치’가 선거철과 맞물리며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지금, 오히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할 정책을 정성스레 언급하는 게 표심에 도움이 될 것이다. SNS상에서 언급한 ‘막말’은 돌이킬 수 없다는 맹점도 후보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평생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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