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의 원견명찰(遠見明察)] 차관과 CEO - 공직자와 기업인의 공통분모

입력 2021-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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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트릭 사장

국가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중 하나는 국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국민의 삶을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인류는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 간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중요한 논쟁거리로 삼아 왔다. 초기의 논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최대한 존중하고 국가는 최소한의 개입만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가 질서 유지자로서 기능을 함으로써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지 않게 한다는 주장’이 맞서 왔다. 전자가 ‘야경국가’라면, 후자는 ‘경찰국가’이다. 논의는 역사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두 입장이 서로 타협하고 변화해 왔다.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쪽을 ‘보수’라 하고, 더 큰 정부와 그것을 통한 공정을 앞세우는 쪽을 ‘진보’라고 구분한다. 하지만 21세기의 현실 정치에서는 이 방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 너무 많이 전개된다. 대부분의 사안이 두 가지가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어서 기존의 틀만으로 세상을 읽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주장하는 사람이 어느 편인지를 따져 묻기보다는 정책의 내용을 보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가려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정부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했었다. 하나의 정부 부서 내에서도 시장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도록 조장하는 업무와 시장에서 상대적인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규제 업무가 공존한다. 국민의 에너지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에너지 시장도 만들어야 하고, 아울러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지키는지를 심판하는 일도 해야 한다. 전력 공급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여러 가지 규제를 결정하기도 한다. 여름철 냉방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자동차 5부제를 결정하는 일은 시민의 삶에는 많은 불편을 주고 특히 소상공인의 생업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최근 감염병 방역 당국도 이러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방역과 소상공인의 경제활동이 부딪히고, 기업의 자율적인 활동과 사회적 책임이 상충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해서는 에너지를 적게 써야 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하다. 시장과 정부 역할의 균형을 잡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공직자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기본 책무이다. 더욱 어려운 점은 균형 감각을 가지면서도 시장 원칙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에서 도입한 반시장적인 정부 개입은 시간이 갈수록 시장을 왜곡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하여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지켜봐 왔다. 어려울수록 시장 원리를 더욱 더 존중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다.

공직이 균형을 잡는 일이라면 민간 기업의 목표는 무엇일까? 민간 기업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필자도 이윤 추구가 기업의 거의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많이 변화하게 되었다. 글로벌 경쟁 시대의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넘어 사회적 책임, 환경 경영, 그리고 공정한 기업 활동 등을 모두 잘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좇다가 사회적 평판이 나빠져서 쇠락하는 기업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우선 조직원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을 바탕으로 시대 정신에 맞는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경영 활동을 통하여 이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구성원에 도움이 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실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직자와 기업인 역할의 공통분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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