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형 로켓 누리호 발사, 우주개발 독립 전환점

입력 2021-10-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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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악화 등 돌발변수가 없다면 오늘(21일) 오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2010년 3월부터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에 나선 지 11년 7개월 만이다. 기상조건이나 기술적 문제로 발사가 미뤄질 경우 22∼28일 안에 다시 시도된다. 누리호는 20일 발사대로 옮겨져 기립(起立)됐고 마지막 점검이 이뤄졌다.

누리호 발사는 우리 우주개발의 독립을 뜻하는 새로운 이정표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 등 모든 개발과정을 자체 기술과 국내 기업들이 수행한 첫 발사체다. 중량 200톤(t)의 3단 로켓으로, 1.5t급 위성을 600∼800㎞ 고도의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1단 로켓은 75t급 추력의 액체엔진 4기를 묶었고, 2단과 3단은 각각 75t과 7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됐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자력으로 중대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모두 1조9500여억 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에 국내 300여 기업, 500여 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KAI)가 연료탱크 개발과 총조립을 맡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및 터보펌프 등을 제작했다. 또 현대로템(연소시험), 현대중공업(발사대 제작) 외에도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한국화이바 등 많은 중소기업이 소재와 부품을 만들었다.

한국은 그동안 많은 위성체를 우주로 보냈지만, 핵심기술인 발사체를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에 의존해왔다. 발사체 자립을 위해 러시아와 공동으로 엔진을 제작한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 발사에 모두 실패하고 2013년에야 성공했다. 선진국들의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없어 2010년 독자개발에 나선 한국형 발사체가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이유다.

우주개발은 미래의 성장산업이다. 세계적으로 민간주도 사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블루오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스페이스X, 영국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독자적인 로켓 발사로 민간의 우주여행 시대를 열고 있다. 우주산업의 세계시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1조 달러 규모를 커질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의 성공을 기반으로 우리는 스스로 우주시대를 개척하는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다. 선진국들과 우주산업 경쟁이 가능하다. 독자적 로켓 발사는 안보 차원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강대국에 우주기술에서 수십 년 뒤처져 있다. 액체엔진에 머문 로켓 기술을 고체엔진 개발로 한 단계 더 높여야 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민간 기업들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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